[오피니언 기고] 돈보다 더 소중한 사회적 가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젊은 스타트업들 버려지는 요트의 돛 재활용하는 ‘발루마’ 우산천 및 군용낙하산 사용한 ‘큐클리프’ 그들 무기는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 탄생

2023-06-02     윤대영
코로나가 한풀 꺾이자 외국인들과도 얼굴을 맞댈 기회가 잦아졌다. 자신들이 개발한 업사이클 제품의 시장성을 탐색하기 위해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찾아왔다는 스페인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레저용 요트의 돛을 사용해 가방이나 패션 소품을 만드는 신생 브랜드 ‘발루마(BALUMA)’의 공동 창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협동조합의 모델을 탄생시킨 스페인 몬드라곤에서 대학을 다니고, 신생기업 육성학교 팀랩에서 훈련받아 도전 정신이 충만한, 스물을 갓 넘은 젊은이들이다. 때마침 우리나라는 선거철. 대량 폐기되는 현수막으로 또다시 버려질 운명의 가방을 만들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터라 그들이 내민 새로운 소재의 업사이클 가방은 어떤지 찬찬히 살펴보았다.  돛은 세찬 바닷바람과 강렬한 태양, 짠 염분에도 버티는 튼튼하고 질긴 소재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대표적 패션 소품인 가방을 만들기에는 유연성이 떨어져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으로
한국에는 해양 레저가 일반화되지 않아서 요트용 돛으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거나 사용하려는 시도가 드물다. 산이 많은 나라답게 등산용 장비와 제품에서 발생하는 자투리와 불용자원을 소재로 한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도 있듯이 그들은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다.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작은 곳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들의 약점(Weakness)이자 위기(Threat)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러로서 세찬 지중해 바다와 바람을 가르던 돛을 찾아낸 것은 그들의 강점(Strength)이자 기회(Opportunity)다. 돈보다 더 소중한 사회적 가치에 도전하는 젊음의 힘이다. 
주조공장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Recycling)해 새로운 가치를 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새활용(Upcycling)의 화두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자원이 어떤 상태로 우리 눈 앞에서 버려지는가, 이걸 버리지 않고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살려낸 제품도 결국 다시 쓰레기로 버려질거라는 우려 등 온갖 복잡하고 모순된 이슈가 그 안에 들어있다.  서울시의 재활용 선별장에서 수거한 버려진 우산들 혹은 기업이나 시민들이 기증해준 우산 천으로 지갑이나 텀블러 백을 만들면서 출발한 청년 기업 ‘큐클리프’는 5년 전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로 이사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 제품으로 히트를 치며 우리나라 업사이클 계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큐클리프의 귀여운 우산 심볼이 붙은 제품들은 그 화려한 색깔 만큼이나 소재가 다양하다. 옷 소매를 줄이느라 잘려나간 천, 맥아나 밀가루를 담았던 포대, 광고 배너로 사용되었던 다양한 플라스틱 필름, 군용 낙하산과 캠핑용 텐트, 현수막에서 에어백까지 바느질이 가능한 모든 소재에 도전한다. 
재활용
재활용 가공 과정은 험난하다. 창고에 남아있던 불용재고들은 그래도 깨끗하지만, 사용하고 남은 재료에는 이물질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다. 기증받은 포대에 묻어있는 밀가루를 닦아내느라 눈사람처럼 변해버린 작업자들이 서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큐클리프는 대기업과 협업해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현대 X BTS 친환경 굿즈나 파타고니아와의 업사이클링 워크샵은 지속가능 캠페인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는 53만 톤을 넘어섰다. 하루에 한 사람이 10 Kg 이상을 버리는 셈이다. 겨우 몇 톤 정도 되는 자원을 되살리고 있는 업사이클러들이 이런 현실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들이 던지는 질문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사회적 가치가 들어있기에 힘차다. 버려지지 않고 다시 태어난 제품, 그 소재의 안과 밖에 깊이 각인된 역사와 스토리를 사람들이 왜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며 간직하려 하는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