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끊임없이 연구하는 명품 검수, 세밀한 집중 필요하죠”
한국명품감정원 상반기 명품 감정수, 전년대비 두 배 폭증
완벽한 검수는 현미경·UV 반응·DB 비교·크로스체크까지
2023-08-04 이서연 기자
“올해 가품 이슈가 떠오르면서 한국명품감정원 상반기 평균 정품 감정수가 지난해 월 평균 2000건에서 올해 4000건으로 두 배 폭증했습니다.” 한국명품감정원 성지강 이사의 설명이다.
한국명품감정원은 지난 5월부터 매주 무신사 해외명품 전량 검수를 위해 필요 인력이 성수동 물류 센터로 이동해 검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동 본사에서는 발란, 머스트잇 등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온 정가품 검수는 물론이고 개인 소비자가 보낸 의뢰건들도 검수한다.
지난달 중순 기자가 방문한 서울 삼성동 한국명품감정원 본사 사무실 한 켠에는 책상 높이까지 정가품 의뢰 박스들이 쌓여있었다. 명품 감정사 A씨는 고객들과 플랫폼사에서 보낸 정가품 의뢰 제품 중 2개를 감정실로 옮기고 있었다.
3년차 명품 감정사 A씨는 박스를 뜯고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분리한 후 고야드 파우치 외관을 살펴봤다. 왼손에는 장갑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가죽 촉감을 확인했다. 이질감은 없는지 바느질과 스티치 마감이 견고한지 살펴보더니 촬영하기 시작했다.
제품 내부 각인과 로고, 금형, 시리얼, 구성품까지 구석 구석 휴대용 미니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각 부분 촬영이 계속됐다. 마지막으로 종이 구성품을 살펴봤다. 종이 구성품 내용을 확인한 후에는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사진을 찍었다. 검수가 끝나자 처음 분리했던 포장들을 조심스럽게 다시 복구하고 고야드 포장 박스에 넣었다.
다음은 샤넬 백이다. 찰칵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분주히 확인하는 모습이 이어지다가 이번에는 마지막에 플라스틱 개런티(보증) 카드를 UV 랜턴으로 비추며 반응을 체크했다. 하루에도 많으면 몇 백 건씩 검수하는 감정사이기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 어딘지 능숙하게 체크한다.
검수가 끝나면 촬영한 데이터들을 기존에 쌓아 둔 정품 DB와 하나씩 비교한다. 이렇게 1차 검수가 끝나고 나면 A씨가 아닌 다른 감정사가 2차, 3차로 크로스체크 검수를 진행한다. 여기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정품보증서를 발급하고 DB에 시리얼 넘버를 등록해 놓는다. 추후 리셀 등으로 동일한 제품을 다시 검증하게 되면 빠르게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90% 정도는 여기서 정품 검수가 끝난다. 정밀 감정을 요하는 10% 상품들은 협력 감정사 및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교차 의견을 나눈다. 가품으로 판단되는 경우 ‘가품소견서’를 발행하고 자료가 부족해 감정이 어려운 경우 ‘감정 불가’ 판정을 내린다. 이런 정품 검수는 길게는 5일까지 걸린다.
한국명품감정원에서 진행하는 약 150여개 명품 브랜드의 시즌별 신상품들의 경우 제품을 미리 구비하거나 협력 업체를 통해 제품을 받아 데이터화해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같은 브랜드 동일 제품이라도 공장 라인에 따라 제품의 마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상시 추가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A씨는 “패션 제품은 시즌마다 나오는 신상품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제대로 정품 검수를 할 수 있다. 사전 조사와 DB 작업이 오래 걸리고 검수를 위해 세밀하고 꾸준한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