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리사이클 생태계, 이대로 괜찮을까
분리배출해도 수거가 제대로 안 되는 실정
장섬유 만드는 원료 수급이 먼저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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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리사이클 섬유수요 2026년 80억불 전망
재활용 목적에 맞게 화장품 용기까지 확대 필요
2023-08-18 정정숙 기자
소비자들은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드는 옷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원사기업이 페트(PET) 플레이크 칩을 해외에서 수입해서 원사를 만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 코로나 19가 닥치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리사이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폐페트병을 재활용이다. 패션기업들은 버려지는 폐페트병을 활용해 국내에서 플레이크칩을 만들고, 원사, 원단 과정을 통해 옷까지 적용되는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그것이 순환 생태계의 시발점이었다.
업계는 플레이크칩은 깨끗한 폐페트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 때는 장섬유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를 2020년 12월 25일 시행했다. 그러나 시행 2년째 접어든 올해 문제들이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리사이클 생태계 중 단계별 문제점은 무엇인가. 플레이크를 만드는 기업과 원사기업 및 브랜드 입장은 어떤가. 생태계 중 병목현상은 없는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우선, 정부 및 지자체가 폐페트병 분리 수거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틀을 짜야 한다.
2020년 분리 배출을 하고 환경부가 홍보를 강화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이 제대로 작동하고 기업이 성장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은 한발 더 나아가 폐원료 수거에서 원사 및 원단, 수요처까지 클러스터 형태로 묶어 리사이클 생태계를 구축에 온힘을 쏟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화섬사들은 80% 이상 플레이그칩을 수입해서 사용한다. 수입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이다. 이 때 생태계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안할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리사이클 생태계는 이렇다. 지자체 및 수거업체가 버려진 폐페트병을 모은다. 선별, 세척, 분쇄를 통해 잘게 쪼갠 고순도 플레이크와 재가공을 통해 플레이크칩이 나온다. 원사기업이 원사를 만든다. 이후 옷이 만들어진다. 패션기업들은 리사이클 원단을 수입해 쓰는 물량이 더 많다.
업계는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에 기업들이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중론이다. 지난 2년여 동안 고순도 플레이크칩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원료 수급 등에 문제가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수거과정에서 직접 수거하는 서울 강북구를 제외하고는 페트병이 일반 무색병과 섞이면서 고순도 플레이크를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수거 업체별 이권이 맞물려 있어 지자체와 정부가 중간에서 진두 지휘를 해야한다. 업계는 플레이크와 플레이크칩 등의 품질 등급에 대한 통일 기준이 마련돼야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했다.
기업은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익이 되면 더 나은 효율성을 찾는다. 현재 리사이클 생태계로서는 원료공급이 불안정하다. 원사를 뽑다가 공장을 세워야하는 일이 생긴다면, 기업이 재도전해 투자하기 힘들다. 플레이크 공장에서 장섬유를 뽑기 위해 고순도 플레이크를 만드는 곳은 2~3곳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급 안전성을 보장해야 기업은 투자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시장 수요와 공급이 적어 기업에게만 맡기기에는 리사이클 생태계 구축에 한계가 많다. 이에 ‘재활용’ 목적에 맞게 옷 뿐만 아니라 식품용기, 화장품 용기 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법안이 뒷받침 돼야 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리사이클 섬유 수요가 연평규 5.2% 증가하면 2026년 80억 200만불로 전망된다. 2025년 국내 시장 규모는 24조원으로 국내 패션섬유시장에서 친환경 섬유가 약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한다. 효성티앤씨, 티케이케미칼, 휴비스 등 국내 화학섬유 3사의 리사이클 원사 생산량은 2020년 1만톤 정도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