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지고 신록은 피어나누나…조능식
2000-04-28 한국섬유신문
▲세세년연 화상사
(歲歲年年 花相似)
연년세세 인부동
(年年歲歲 人不同)
해마다 되풀이 되어 피고지는 꽃들은 다들 똑같은데 어
이한 노릇으로 해마다 사람은 같지가 않단 말이냐─.
거침없이 변하는 자연을 찬미하면서도 한편 인생의 덧
없음을 탄식한 글귀다.
4월도 오늘로 마지막이니 바로 내일부터는 계절의 여왕
이요<가정의 달>인 5월이 시작된다.
5월이 되면 지금것 피었던 꽃들이 부분(紛紛)하게 바람
에 지고 한편으로는 파릇파릇 신록(新綠)이 눈부시게
만산을 뒤덮는 희비쌍곡(喜悲雙曲)의 노래를 불러야 한
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척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들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 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어느 시인이 지는 꽃을 슬퍼하며 읊은 노래다.
어찌 시인뿐이랴─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고 축복함은
모든 인간의 상정일 게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세월과 더불어 흘러가게 마련이
다.
그러나 약하고도 작은 생명의 최후를 5월의 훈풍에 날
리며 <신록>은 <꽃>보다도 더 찬란하게 피어날 것이
다.
▲막역한 친구 조병화 시인의 아호(雅號)는 「편운(片
雲)」이다. ─즉 조각 구름이란 뜻이다.
구름처럼 떠도는 것─. 조각구름처럼 흐르는 것이 인생
일진데 또한 이것이 <자신>일 수 있다라는 뜻에서 붙
여진 것이리라.
……높푸른 하늘의 구름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에 향
수를 안겨 주는가 보다.
그래서 구십춘광(九十春光)에 아로새겨진 인간의 감개
는 고래로 적지않게 5월을 나름대로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에서 무엇인가가 분명히 다가오고있는데 한편에
선 으례히 무엇인가가 가고야 마는 인생(자연)이기에
─.
4월과 5월이여─
영광있으라.
내 너를 영원히
사랑하며 노래하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