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브랜드 호황에 협력사만 등골 휜다

치솟는 원부자재가·고환율 반영없어 삼중고 인식변화 필요하고 동반성장 인식 존중돼야

2023-10-13     나지현 기자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한 골프웨어 프로모션사는 올해 오더 물량은 작년보다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추동 납품 오더건에 대해 올 초(1~2월) 당시 환율 기준이었던 1150원을 적용했지만 현재(이달 12일) 1432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이 커져 브랜드 담당에게 현 상황에서는 ‘납품을 못한다’. ‘문 닫아야한다’ 등의 호소를 해봤지만 환차손을 반영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12일 원·달러 환율이 1432원까지 치솟으며 골프 프로모션사는 경영악화로 등골이 휘고,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일부 골프웨어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것과 달리, 프로모션 협력업체들은 생산 비용 증가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높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한 프로모션 대표 A씨는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물량이 많은 골프웨어를 생산하는 프로모션사는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생산하고 봉제 공임비나 생산비를 달러로 송금 결제한다. 물량(납품수량)이 많을수록 환차손이 더 커져 받은 오더를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전년대비 20~25% 오르고 올 초 계약 당시보다 환차율이 30%가 넘었다. 대부분은 납기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영업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납품을 하고 있다.  A씨는 “브랜드사들은 사전 협상 당시 가격을 유지하려고 한다. 변동성이 많은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해 납품 물량이 입고되는 시점에 변동 환율을 적용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프로모션사가 최근 브랜드에 납품한 피케티가 4만 원이었다면 소비자가는 39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납품가 6만 원짜리 스웨터는 49만 원에 팔리고 있다. 12만 원에 납품한 아우터는 소비자가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비싸야 잘팔린다’는 인식이 적용되는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에서 브랜드사가 아이템당 5~6배수에서 최대 10배수까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을 위해 인상폭에 대한 납품가 인상을 반영해 줘야하지 않냐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이유다.      고환율로 해외 생산금액이 커지면서 골프 협력사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협력사들은 유례없는 고환율과 원가 상승 시기에 적정 납품가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프로모션 B사 대표는 “국내 브랜드들이 프로모션사에 인정하는 마진폭이 15%정도다. 어떤 곳은 임가공비는 빼고 책정해 마진이 고작 6~10% 내외 수준이다. 중저가 브랜드 가격대의 납품가를 제시하며 무리하게 깎아 달라한다”고 밝혔다. 또“ LC(해외 완제품 공급자를 수익자로 발행하는 제3의 신용장)오픈을 위해 5억 원의 집 담보를 잡고 해외 생산 물량을 들여왔다. 사후 원가를 정산하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인건비도 못주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는 프로모션사 마진이 최소한 30%는 돼야 운영이 가능해 매일 폐업을 고민한다”고 토로했다.   국내 생산으로는 수익을 얻기 어려워 해외 생산으로 돌린 프로모션사들은 현재 급격하게 오른 환율로 수익 구조가 악화 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프리미엄 골프웨어 니트의 경우 국내 생산 납품원가가 6만 원대인데 해외 생산의 경우 고환율로 최대 9만 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섬유 패션 업계는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 은행권에서 신용도가 낮아 삼중고가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사 대표는 “1억5000만 원을 담보로 넣고 30만 불을 쓰기로 했는데 20만 불만 나왔다. 은행권에서는 섬유 패션기업 리스크가 크니 대출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환율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국내 생산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국내생산도 하고 있는 프로모션 B사는 봉제부터 아이롱까지 국내 생산인력 태부족이 심각해 프로모션사에서 디자이너급 인력이 편직, 자수, 완성공장까지 모두 파견직으로 붙어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100% 국내생산만을 하는 또 다른 프로모션사 C대표는 “국내생산의 경우 공임비가 원가의 40%까지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 신규 제조인력 유입이 너무 없다보니 1년 반 전에 비해 공임비만 30%가 올랐다”고 밝혔다. 또 “원부자재도 중국 수입이 많다보니 환율 변동은 국내생산 업체에도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력사들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 실질적으로 봉제 산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훈련된 인력을 수입하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C사 대표는 “정규직 우대, 4대 보험, 주52시간 근무제 원칙까지 제조현장에서는 모두 부담이다. 국내 인구절벽과 제조 인력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해외 인력 수입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정책과 제도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협력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프로모션사에 대한 결제 문화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국적기업이거나 해외기업의 경우는 결제가 안정적이고 협력사와 상호존중의 기본 원칙이 존재한다. 브랜드사와 협력사간 윈윈하는 인식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 

B씨는 “프로모션사는 연봉 높은 디자이너의 하청일을 하는 일꾼일 뿐이다. 일부 브랜드사는 샘플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갑질의 도가 지나친 곳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