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포츠브라·웨어 환경호르몬 과다검출…국내 안전기준 없어
비스페놀A, 당뇨·암·발기부전 등 유발 가능
스판덱스 함유 폴리에스터 소재 착용 시 주의
2023-11-10 민은주 기자
유명 브랜드 스포츠브라·웨어에서 환경호르몬이 과다검출됐다. 캘리포니아 기준치보다 최대 22배 많은 양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안전기준 강화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에 검출된 비스페놀A는 당뇨, 심장병, 암, 발기부전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진 내분비교란물질이다. 국내에선 섬유제품을 통한 비스페놀A 노출에 대해 마땅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 규정을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아직 비스페놀A를 섬유제품 유해물질 리스트에 추가할 근거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미국 환경보건센터(CEH)는 나이키, 휠라, 노스페이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스판덱스가 함유된 폴리에스터 소재 의류에서 캘리포니아주 기준치인 3㎍보다 최대 22배 많은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CEH는 해당 업체에 공문을 보냈고, 정식고소 전에 60일의 시정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CHE 관계자는 “비스페놀A는 피부를 통해 흡수되고, 스포츠브라와 운동복은 몇 시간씩 착용한 채 땀을 흘리기 때문에 노출 수치가 더 높을 것”이라며 “스판덱스 함유 폴리에스터 운동복을 입는 소비자들은 착용 시간을 제한하고 운동 후에는 바로 갈아입어 노출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이번에 비스페놀A가 검출된 브랜드는 총 11개이다. 나이키, 휠라, 아식스, 노스페이스, 브룩스, 애틀레타, 핑크, 올인모션 등 8개 브랜드의 스포츠브라와 노스페이스, 브룩스, 미즈노, 애틀레타, 뉴발란스, 리복 등 총 6개 브랜드의 스포츠의류들이 해당된다.
문제가 된 스포츠브라·웨어의 제품명과 국내수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휠라홀딩스 측은 “미국 법무팀에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고 나이키코리아 측은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국내 비스페놀A의 인체노출안전기준은 체중 1kg당 20μg이다. 식품 용기·포장 제품은 0.6ppm 이하로 규제되고 있으나 섬유에 대해서는 관련된 규정이나 안전기준 등은 마련돼 있지 않다.
비스페놀A에 대한 규제는 국가·지역별로 상이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정한 안전기준은 체중 1kg당 50μg으로 유럽 식품안정청(EFSA)의 체중 1kg당 4μg에 비해 12배 가까이 높은 허용치다. 이번에 CEH가 고소를 예고한 미 캘리포니아주는 독성관리물질 관리 자체법령에 따라 의류를 통한 비스페놀A 접촉을 하루 3㎍ 이내로 별도 제한하고 있다.
한편 EFSA는 지난해 12월 비스페놀A 위험을 재평가하고 올해 2월 전문가 공청회를 거쳐 규제방안을 수정했다. 최종방침은 올해 12월 발표될 예정이지만, 현재보다 십만 배 낮은 체중 1kg당 하루 0.04ng이 새로운 안전기준으로 예상된다.
FDA 역시 올해 초 미국 의사·과학자·공중 보건 및 환경 단체의 연합이 제기한 비스페놀A 규제 강화 청원에 대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비스페놀A는 에스트로젠과 구조가 유사한 내분비교란물질로 당뇨, 심장병, 암, 비만, 발기부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KIT)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임신 중 비스페놀A 노출은 태아에게 독성영향을 미쳐 행동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고 만성노출의 경우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뇌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비스페놀A는 주로 식품 용기에 의한 음식 섭취나 영수증, 의류 등을 통한 피부 접촉으로 체내로 흡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