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갑질’ VS ‘클린 문화조성’ 설왕설래 

폐쇄성 악용 ‘양날의 검’  명확한 통제 기준 있어야

2023-12-08     나지현 기자

# 남성패션커뮤니티카페로 유명한 브랜디드 카페에서 활동했던 한 입점 브랜드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내부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년 언급금지 처벌을 받았다. 이 브랜드는 카페가 원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과도한 제재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브랜드는 이 카페가 명시한 ‘무허가 바이럴’이라는 기준에 해당된다는 제재 사유로 언급금지 리스트에 올랐다. 기자가 확인한 이 카페의 언급금지 리스트 브랜드는 지난 11월14일 공지 기준, 60여개에 달했다. 
   
최근 남성패션커뮤니티카페로 유명한 브랜디드 카페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인기 커뮤니티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과도한 제재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견과 올바른 커뮤니티 문화조성과 운영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바이럴
남성회원만 가입 가능한 브랜디드 카페는 도메스틱, 디자이너, 자체제작 브랜드의 커뮤니티 패션카페로 지난 2015년 설립해 22년 12월 기준 현 회원 수 10만 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20~30대 남성회원이 주를 이룬다. 12월6일(오후6시 기준) 일방문자는 6만4000여명을 넘었으며 하루 업로드 되는 게시글 수도 수백 개에 달했다. 공식적으로 홍보 활동이 승인된 등록 업체는 386개다. 개인 사업자의 경우 무상, 법인 사업자의 경우 멤버십 연 가입비 300만 원을 내고 공식적인 활동을 승인받는다. 카페입점 승인 후 브랜드, 제품 홍보(신상, 진행, 제작, 세일에 관련된 정보)가 가능하다. 남성들만의 밈 단어들이 생길 정도로 프라이빗한 커뮤니티 공간이자 패션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 카페이지만 이용자들을 한정한 폐쇄성과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잡음과 부작용 또한 거론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바이럴 효과가 크다고 입소문이 난 카페에 올라오는 글 하나의 파급 효과는 어마하다. 스몰 브랜드 위주인 온라인 브랜드들에게는 매출이나 이미지를 좌지우지 할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카페들은 수많은 규정을 만들고 기준에 어긋나는 근거가 발견될 시 엄격한 제재를 통해 퇴출, 언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력을 고용해 허위 리뷰를 작성하거나 노골적인 홍보성 글로 바이럴을 조장하기도 한다.

폐쇄성을 악용해 키보드 워리어(인터넷 공간에서 유독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들의 지나친 험담이나 악의적인 비방 글도 종종 눈에 띈다.   브랜디드 카페운영의 기본 원칙은 자유롭고 클린한 문화 조성 속에서 건강한 의식형성과 건전한 자정 작용의 기능이다. 이를 위해 ‘회원, 입점업체 상호 간 비도덕적인 언사와 행동은 운영진들의 판단 하에 제재(경고/강퇴)처리 될 수 있음’, ‘회원의 잦은 신고가 접수 될 시 경중에 따라 제재’ 등을 제재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브랜디드 측은 논란이 생긴 브랜드에 대해서는 내부 회의를 거쳐 제재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브랜디드 관계자는 “커뮤니티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다. 고객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 소비자는 불만족을 해소하고 브랜드는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창구로 활용, 서로 윈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브랜드 측과 커뮤니티 카페 측의 이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브랜드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 공간에서 업체들은 호소할 공간이 없다. 브랜드가 아닌 일반 회원(소비자에 해당)은 무조건 갑이다. 지나치게 비약, 과장하는 일반 회원들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논란이 된 브랜드 측에 관해서만 과도한 제재를 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는 “일부 영웅 심리가 발동한 일반회원들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경쟁 업체가 일반회원으로 둔갑해 제기하는 사소한 이슈에도 브랜드사는 잘못했다는 애티튜드를 보여야 한다. 진실이 아닌 것도 항변이 안 되는 억울한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건강한 커뮤니티 문화 구축 절실
기자가 확인한 한 게시물은 브랜드 프로모션 팝업창의 오타 사진을 올리고 바이럴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사소한 이슈도 지나친 심판의 장으로 몰아가는 일부 회원의 게시물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브랜디드 관계자는 “내부 규정을 통해 제재에 해당하는 근거가 명확한 브랜드측에는 소명 기회를 주고 원활히 해결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는 등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지키려고 한다. 쌍방향 소통의 공간을 위한 건강한 커뮤니티 문화 구축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류학과 추호정 교수는 명확한 통제 기준과 가이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 교수는 “고객 접점이 높은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는 브랜드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외부에서의 통제는 쉽지 않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가 양성될 수 있는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참여자들 또한 올바른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