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40) 구글·애플같은 IT기업이 스마트 의류 주도할까
2024-01-01 안동진
미래의 패션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이 주도할지도 모른다는 글을 이전에 쓴 적이 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2015년에 출시된 구글의 스마트 원단 ‘프로젝트 자카드(Project Jacquard)’다. 구글이 특허를 신청한 원단은 대화형 섬유 ‘인터렉티브 텍스타일(Interactive textile)’이었다. 원단이 센서 역할을 수행해 사용자의 동작을 읽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즉, 옷과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
캐패시티보(Capacitivo)’라고 명명된 이 기술은 섬유가 인간의 터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모르스 부호처럼 단순하지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조차도 진정한 스마트 원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원시적 단계이지만 그나마 기존 의류에 얼기설기 센서나 전선을 부착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차원 높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장의 유의미한 반응을 이끄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아 이 프로젝트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2020년, 두 번째로 MS가 나섰다. 이번에는 단순히 동작을 인식하는 센서를 넘어 물체의 모양이나 성분까지 알아내는 섬유를 개발했다. 의류에 함유된 수분의 양을 알아내기 위해 섬유와 원단에 흐르는 전류량을 이용해 측정하는 ‘아쿠아 보이(Aqua boy)’와 마찬가지로 물체에 흐르는 전류량을 분석하여 그 물체의 성분이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다. 22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이 기술을 데님(Denim) 원단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Smart Fabric that recognizes objects and touch input”이라는 특허로 발표하였다.
물론 스마트 원단이나 스마트 의류는 스마트 폰의 기능을 위한 센서나 양방향 의사소통이 아니라 의류 원래의 목적이나 기능에 먼저 충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즉 아름다움, 보온, 냉감, 쾌적성, 드레이프성 같은 것들이다. 기능만 있고 아름다움이 결여된 원단이나 의류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기능과 아름다움은 인간의 체력과 지능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 체력의 한계는 매우 협소한 스펙트럼에 머물러 있다. 우사인 볼트가 100미터를 9.8초에 달려도 일반인인 나와는 5초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나타나는 인간 지능의 한계는 백 배, 천 배가 될 수도 있다.
전 우주에 적용되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방정식을 만들어낸 뉴턴조차도 중력의 실체가 휘어진 3차원 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지능의 차이만큼이나 광대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 기술을 응용하여 미래 패션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르겠다. 우리는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그가 모르겠다고 한 것은 솔직하다. 옷과 컴퓨터는 전혀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성능이나 기술, 소형화 등이 미적인 부분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옷은 그 반대이다.
패션 역사에서 기능 때문에 전 복종에 걸쳐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소재는 유일하다. 바로 스판덱스이다. 소비자는 단지 기능 때문에 옷을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소비자의 절대적 선택 기준은 ‘예쁘기 때문’ 이다. 기능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것이다. 스판덱스 원단은 ‘편안함’이라는 기능 말고도 ‘컴포트하고 간지나는 원단’이라는 미적 요소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의 스마트 의류 분야에서 가장 우세한 브랜드는 애플이 될 것이다. 수많은 문제점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예뻐서. 애플은 그들의 제품에서 기능과 함께 미적인 요소가 소비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이다.
신중한 그들이 아직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애플의 DNA는 그들의 제품이 혁신적이거나 기술 우위에 있다는 것보다 먼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쁜 제품은 불편하거나 비싸거나 심지어 건강을 해쳐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들이 출시하는 스마트 원단은 반드시 예쁠 것이다.
기능이나 기술은 기본이다.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잡스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