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패션기업들은 올해 목표를 수익성 강화와 신성장동력을 통한 불황 극복으로 잡았다. 지난 2일 시무식을 연 각 기업 CEO들은 외형 확대보다 내실 경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주문했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추진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신년사에 엿보였다.
■내실 경영·미래성장기반·ESG가 키워드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은 ‘임직원이 행복한 문화 조성과 브랜드 파워 활성화’를 2023년 화두로 제시했다. 또한 ‘위기 속에 반드시 있는 기회를 잡자’면서 “글로벌 진출을 실현하고 조직 외부의 커뮤니티나 포럼을 활성화해 송도에서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은 올해 핵심적인 사업과제로 ‘내실 경영’과 ‘미래성장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온오프라인 판매 시너지, 유연한 생산 체계 구축, 조직의 민첩성과 열린 사고방식을 주문했다. 무엇보다 ‘최고의 상품이 최고의 영업과 마케팅’이라며 고객 지향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을 당부했다.
LF 오규식 부회장은 “브랜드 중심의 경영 강화, 자율·창의·혁신의 조직문화 정착,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2023 경영목표로 전했다. 확고한 고객 팬덤을 구축해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굳건히 성장하는 메가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스포츠사업, 온라인 브랜드, 수입유통 사업 등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울 예정이다.
휴비스 신유동 대표는 “기업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과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캐시플로우 관리와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해 재무 건전성 확보해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친환경 분야에서 고기능 차별화 소재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당부했다. 휴비스는 지난해부터 스마트섬유에 투자하고 탄소중립 마스터 플랜을 가동하며 ESG 경영을 본격화했다.
삼일방직 노희찬 회장은 친환경 ESG경영과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었다. 노 회장은 “ESG전담조직을 중심으로 탄소저감·친환경 제품 개발, 사회적 공헌, 지속 가능한 투명·준법 경영전략을 실천해 친환경·ESG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일방직은 지난해 섬유업계 최초로 ESG공시보고서를 발간해 ESG우수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임직원들과 협력 경제위기 돌파하자
올해 패션섬유업계 신년사에는 공통적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동시에 기업별 상황에 맞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아웃도어브랜드 스노우피크를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 김호선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기존 오프라인 점당 매출액을 최소 60% 이상 신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한 스노우피크는 올해 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등 35개 신규 매장 오픈이 목표이며, 중화권 진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40% 성장률을 기록한 스포츠 브랜드 스케쳐스는 2023년 급격한 경기 침체가 예고된 만큼 급격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한해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스케쳐스는 “관리 지표의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향후 미래를 위한 제화 USA 브랜드와 골프화 같은 신규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슬레저 브랜드 뮬라의 조현수 대표는 “뮬라웨어와 뮬라(MULA) 두 브랜드를 중심으로 더욱 다각적인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며 ‘오프라인 강화’와 ‘글로벌 외연 확장’을 주요 목표로 뽑았다. 라이프스타일 웨어 전문기업 그리티 문영우 회장은 “위뜨가 프리미엄 애슬레져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강화해 시장에 안착할 것”과 “홈쇼핑사업부의 시장 점유율 유지 및 경쟁 우위를 지속강화하고 온라인사업부의 성장 가속화와 경쟁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각 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제화브랜드 탠디 정기수 대표는 “위기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며 시장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내실을 강조했다. 지난해 1500% 성장률을 기록한 유아동복 편집숍 포레포레의 이태경 대표는 “온라인으로 시작한 포레포레가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는 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 외에도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희소성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한편 시무식을 통해 임직원을 격려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최고경영자가 아닌 최우수사원이 신년사를 발표하는 코오롱그룹은 올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최재준 부장이 “‘위기 속 준비’를 가치 있게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광인터내셔날(이재수 대표)는 시무식에서 본사 우수 사원 1명과 우수 매장 대표 6명의 시상을 진행했다. 인디에프 손수근 대표는 “‘사석위호(범인 줄 알고 활을 쏘고 보니, 화살이 돌에 꽂혀 있었다)’ 정신으로 성심을 다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로 새해를 맞는 직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