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섬유패션업계, 일자리도 일할 사람도 부족하다

2024-02-09     민은주 기자
“악순환이죠. 월급을 올려줘도 결국 못 버티더라고요.” 20여 년간 운영해온 자수공장 문을 닫게 됐다는 어느 대표의 말이다. 코로나 때 절반이 퇴사하며 남은 직원들에게 일이 몰렸고 인력보충이 수월하게 되지 않자 지난겨울 전원이 공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동원해 작업을 이어가던 대표는 올해 초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대표는 “생산직은 이력서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알음알음 고용한 신규 직원들도 금방 그만두는 상황”이라며 “경기 하락보다도 일손 부족이 매출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섬산련이 발표한 ‘2022년 섬유제조패션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섬유·의류·신발산업 종사자 수는 2020년 기준 약 30만 명이다. 그중 50세 이상이 49%, 40대가 22%로 중장년층이 전체 70%를 넘는다. 업무 비중은 전체 중 절반 이상이 제품생산직이고 인력부족률 역시 제조분야가 7%에 육박해 가장 높다. 특히 경기, 대구·경북 지역은 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고연령 노동자들이 은퇴한 자리를 젊은 세대가 대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섬유업종 일자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정보원은 올 상반기 10개 주요업중 중 유일하게 섬유업계만 고용 감소를 점쳤다. 시장 위축 등에 따른 생산 감소와 물류비 상승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일자리와 구직자가 함께 줄어들면 결국 섬유패션산업 자체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자동화 시스템을 강화해 저숙련 불안정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섬유패션산업이 미래세대에 매력적인 노동시장이 되도록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