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홀딩스 서부석 대표 “친환경 패션 판 키워 미래 숲과 사막여우 지켜낼 것”

브랜드·플랫폼에 제조까지…전방위 확장 수익성 확보하는 지속가능 패션사가 목표

2024-02-23     민은주 기자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리오홀딩스 서부석 대표는 2019년 여름, 인생의 방향을 아찔하게 꺾었다. 샤넬, 발리, 프라다부터 쌤소나이트 코리아 CEO까지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 29년간 쌓은 경력을 뒤로 하고 지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 활동에 투신한 것이다. 방향 다음의 문제는 거기 도달하는 방식이다. 서 대표는 오랜 꿈이었던 NGO 대신 고달프고 불확실한 창업을 선택했다. 그간 유통업계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영향력을 가장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2020년 런칭한 친환경 브랜드·플랫폼 ‘저스트 크래프트’는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라인을 새로 선보이며 자체 비건 가죽을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성장을 추진한다. 방향이 올바르고 배가 튼튼하면 순풍을 탄다. 리오홀딩스의 2023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민은주

쓰레기장과 사막에 나무 심는 패션기업
사막여우가 삼각형 한 변에 턱을 괴고 있다. 금빛 털과 큰 귀, 가만히 눈을 감은 무해한 표정, 쿠부치 사막의 이 사랑스러운 야생동물이 저스트 크래프트의 새로운 엠블럼이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그 자체다. 리사이클 소재 스니커즈와 캐주얼백, 친환경 재료와 공정 방식으로 제작한 의류 등 저스트 크래프트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제품에서 이 애틋하고 깜찍한 엠블럼을 만날 수 있다. 고객들에게 수거한 청바지를 캐주얼백으로 재탄생시키는 ‘데님 업사이클링 캠페인’ 제품 역시 사막여우 로고가 포인트다. 망가진 지구와 사라져가는 생명을 지키자는 서부석 대표의 다짐이 담겨있다.

“꾸준히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사막과 쓰레기장에 나무를 심습니다.” 
리오홀딩스는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려는 회사가 아니다. 창업 이래 꾸준히 매출액의 1%를 사단법인 ‘미래숲’에 기부하고 매월 정해진 금액을 난지도 노을공원 시민모임에 전달하고 있다. 또한 전 직원이 매월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2021년 한 해만 중국 쿠부치 사막과 노을공원에 총 38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노을공원은 난지도 쓰레기장을 덮고 만든 공간입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10~20㎝만 파면 침출수와 폐자재가 튀어나왔지요. 수년간의 나무심기 끝에 지금은 숲이 우거지고 토양 자체가 바뀌었어요.” 무책임한 비관론자들은 놀라겠지만, 세상은 아직 끝장나지 않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부석 대표는 자원 선순환과 친환경 시장 확대를 통해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 패션산업이라는 희망의 증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명감·위기의식 가지고 글로벌 공략
“판을 키워야 해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 그래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시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친환경 패션시장은 여전히 작다.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많고 유통망 확보도 쉽지 않다. 그는 독창적인 매력의 친환경 브랜드가 쉽게 꺾이지 않도록 저스트 크래프트 몰을 오픈하고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프로모션을 지원하며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 현재 자사 온라인 몰에서는 친환경·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며 독자적 기술력의 장인정신을 갖춘 93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2023년은 도약과 기회의 해다. 우선 오프라인 친환경 멀티샵을 확장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용산 아이파크몰, 현대 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을 운영 중인 저스트 크래프트는 올해 안에 오프라인 매장 3개를 추가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온라인만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는 한계가 있다”면서 “인테리어부터 다양한 이벤트까지 고객들이 친환경적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MOU 체결을 통한 안정적인 홀세일 매출 확보와 면세점 진출 등으로 채널 다양화에 힘쓸 계획이다. 자체 비건 가죽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프리미엄 라인 ‘저스트 크래프트 마스터’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그간 대체가죽 대부분이 수입품인 게 아쉬웠다는 서부석 대표는 국내 가죽전문업체와 힘을 합쳐 수박, 한라봉 등 다양한 식물성 가죽을 자체 개발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외에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가죽 장인과 협업한 비건 가죽 핸드메이드 백으로 친환경 패션시장의 틀을 넓히고자 한다. 

앞으로도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파트너 브랜드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소재 개발과 신규 사업을 이끌며, 5개년 계획대로 흑자전환과 외형성장을 이루고, 본인의 노하우와 리오홀딩스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저스트 크래프트를 글로벌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시켜야 한다. 할 일이 많지만 막막하지는 않다. 서부석 대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키를 잡고 공들여 단단하게 길을 닦았다. 이제 거침없이 속도가 붙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