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Report-22] - 50명 찐친과 노는 MZ 대세앱 ‘본디’
개인 정보 유출, 중국 앱 논란에 탈퇴 러시
2024-02-23 이서연 기자
#이주혁(가명, 29)씨는 본디 어플리케이션(앱)에 매일 들어가 친구들이 새로 올린 일상 사진과 상태를 보고 메신저를 사용한다. 이 앱에서는 ‘멘붕이에요, 운동 중, 커피수혈 중, 퇴근 준비’등 다양한 상태로 매 시각 아바타 상태를 변경할 수 있다. 아바타 옷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방을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꾸밀 수 있다. 이씨 친구들은 방에 ‘옷이 잘 어울려요’ 등 메모를 남겼다.
이씨와 친구들은 앱 속 아바타를 캡처해 인스타그램에 ‘친구하자’ 등 글을 덧붙여 2차 콘텐츠를 만들어 논다. 이씨는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사용하고 있다. 머무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아바타를 캡처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며 놀 수 있어 또래 사이에서 인기”라고 전했다.
# 김민서(가명, 28)씨는 본디 앱 메신저에서 친구와 ‘댄스’하거나 ‘그네 타기’를 하며 소통한다. 음성 녹음 메시지와 사진 전달은 물론이고 아바타가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기능을 쓴다. 폭소, 신남, 분노 등의 감정을 아바타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김씨는 플로팅 기능을 통해 모르는 사람이 남겨둔 해류병 속 메시지를 읽고 댓글을 달거나 손을 흔든다. 김씨는 “아바타가 귀엽고 방을 꾸미는 재미도 있다. 생동감 있는 표정과 몸짓을 아바타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MZ사이에서 폐쇄형 소셜미디어 ‘본디’가 인기를 끌다 개인 정보 침해 등 논란이 일며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하는 이 앱에서는 아바타와 방을 꾸미고 자신의 상태, 감정을 친구에게 보여줄 수 있다.
친구 신청을 상대가 수락해야만 소통할 수 있고 50명까지만 추가 가능해 기존 SNS와 차이가 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떠다니는 ‘플로팅’에서 손 흔들기로 인사를 하고 ‘해류병’으로 모르는 사람의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남길 수 있다. 자신의 메시지도 ‘해류병 던지기’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킬 수 있다. 또, 랜덤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럭키 아이템’ 같은 게임적 요소가 있다.
광고와 유가 아이템이 없어 쉽고 피로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차별적 광고나 어색한 지인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다. 이 앱은 지난 17일 기준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윤씨(40대 유저)는 “친한 몇 명과만 인형 입히기 하는 기분으로 쓴다. 귀엽고 웃긴 아바타를 보며 소소하게 즐기고 있다. 매일 하루에 1~2번씩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알타바 그룹 메타버스 프로젝트 신재용 리더는 “50명의 지인들만 있는 공간으로 나 뿐 아니라 타인의 아바타화 투영이 가능한 것이 성공 포인트”라며 “귀여운 아바타가 아시아 문화권 사용자를 늘리는데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본디는 개인 정보 침해와 국적 세탁 논란, 수익화 모델의 부족 등 한계로 지적 받고 있다. 이 앱은 최근 ‘개인 정보가 불법적 목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으며 본디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논란이 됐다. 또, 중국에서 출시했다가 개인 정보 침해, 아바타 의상 표절 논란으로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춘 ‘젤리’의 기본 요소를 유지한 서비스라며 국적 세탁 논란까지 이어졌다.
개발사 메타드림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IT 기업이며 한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 직원들이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해명했다.
이 앱은 카카오톡보다 메신저로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3D 아바타를 구현하는 만큼 앱이 무거워 작동 속도가 느린편이고 현재 ‘Limited free trial’로 판매하는 옷들을 유료화하는 것 외에 뚜렷한 수익화 모델이 없다. 게임적 요소의 ‘플로팅’은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두면 운으로 아이템을 얻거나 새 아바타를 만나는 형식이라 콘텐츠가 부족해 장기적으로 흥미를 끌 요소가 적다.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아바타 움직임을 담으려면 사용자 트래픽에 따라 감당할 서버 비용이 카톡보다 훨씬 큰데 광고나 과금 없이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할지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30대 유저)는 “클럽 하우스처럼 반짝했다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3주 전에 본디를 깔고 일주일에 4일 정도 사용했다. 친구신청이 오면 받아주는 정도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개인 정보 유출 논란이 있길래 삭제했다”며 “인스타 스토리에 캡쳐 사진을 공유하면서 ‘나도 트렌디한 앱을 쓴다’는 것을 인증하는 유행 때문에 일시적으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20대 유저)는 “매일 사용하고 있다. 앱이 무거워 렉이 자주 걸리고 플로팅 기능은 오래 동안 아무것도 안 나와 흥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정보 이슈로 탈퇴한 친구들도 몇 있지만 크게 문제 같지는 않아 계속 쓰고 있다”며 “유료 옷을 살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 메타버스 플랫폼 임원 최씨는 “한 달 간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본디에 매일 들어가 살펴봤으나 개인 정보 유출 이슈로 최근 앱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메타버스 관련 학과 교수, 협회 실장, 개발팀 임원은 “본디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