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드는 이유, ‘공간력’에 주목하라
명동상권 최근 매출 코로나 이전보다 나아
그러나 리오프닝효과는 특정 소비에 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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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생존방식이 변화해야 산다
누데이크는 예술적 경험 접목한 사례
패션은 피팅룸 경험이 ‘브랜드 경험’
소비하고 싶은 공간 콘텐츠가 필요
2024-03-09 권정윤 연구위원
명동 상권에 활기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우리카드에서 개인 신용 매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명동 상권은 2022년 12월 매출액이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 대비 121%까지 올랐다. 2020년에는 2019년 매출액의 57%까지 떨어진 바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 이전보다도 상황이 좋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이 오프라인 소비공간이 모두 살아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주변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식료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배달주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간단한 회의나 스터디 모임을 할 때도 스터디룸을 대여하기보다 줌(화상회의 서비스)에서 만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시장에서는 리오프닝(re-opening)을 이야기 하지만 소비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은 특정 소비공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수치적으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프라인 주요 유통업체 13개사와 온라인 주요 유통업체 12개사의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월 매출 규모는 작년 동기간 대비 오프라인의 경우 0.5% 감소한 반면, 온라인 부문은 9.1% 증가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오프라인 공간의 생존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트렌드코리아 2023>는 ‘공간력’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이제까지 유통과 판매 역할을 해왔던 소비공간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새로운 힘, 공간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에게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인 S23을 홍보하기 위해 갤럭시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성수·홍대·연남동에 팝업 공간을 만들고 네온사인 조명과 컬러레이저 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도 전시해 사진 촬영의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또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위해 게임 전용관을 만들고 S23의 기능을 활용하여 보물찾기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도 마련했다.
과거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진열대’가 메인이었다. 제품이 돋보이도록 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한 프로모션 정보가 제공됐다. 하지만 전자제품은 이제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스펙이 정해져 있고 할인 혜택 등 구매 조건 측면에서 온라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채널의 역할은 제품 판매가 아니라 제품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 애플 등 전자제품 브랜드들은 공간 경험을 차별화 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식음료 공간도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는 곳 중 하나이다.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는 갤러리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판매하는 디저트들은 계산대 옆 진열장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예술 작품처럼 공간에 조화되어 전시돼 있다. 자연히 소비자들은 그냥 케이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갖는 아우라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찾는 맛집의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이 맛있는 곳’에서 ‘사진도 예쁘게 남는 곳’이 인기를 얻고 이제는 음식을 먹은 ‘경험이 기억되는 곳’이야말로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됐다. 누데이크의 사례와 같이 예술적 경험을 접목하는 것은 식음료라는 가장 일상적인 소비를 비일상화하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공간력이 중요한 것은 패션업계도 다르지 않다. 이색적인 피팅룸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채널에서 옷을 사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유는 직접 만져보고 착의해보려는 마음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피팅룸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된다. 피팅룸에서의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곧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진다.
온라인, 오프라인, 메타버스와 같은 제3의 공간까지. 소비공간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간력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이제 입지가 좋다는 것,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곳에서 소비가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공간을 그 자체로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