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소비자는 ‘디깅’할 재미가 필요하다
고객은 차별화된 ‘무엇’에 시간 투자 김슐랭·이슐랭 경험을 SNS에 공유 … 원푸드 그로서리가 대표 디깅 문화 포켓몬 콜렉션은 구매자 성취욕 자극 패션, 콘텐츠로 브랜드 이야기 전달
“맘에 드는 게 없어서 나올 때까지 디깅했더니 일주일동안 100개 넘게 봤네요. 디깅한 리스트 공유드려요”
인터넷에 누군가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사람이 ‘디깅’했다는 품목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자’였지만 사실 정답으로 운동화나 영화도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요즘에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든 선택지가 넘쳐나는 것이다. 그저 다양한 것만이 아니라 품질도 높아졌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열심히 구매할 것을 찾아다닌다. 이제 소비자들은 정말로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을 찾기 위해, 혹은 남들과 차별화된 그 무엇을 찾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인다.
이러한 디깅 문화에 발맞추어 등장하는 것이 한 가지 품목만 취급하는 ‘원푸드 그로서리 스토어’이다. 예를 들어 성수에 위치한 ‘버터 팬트리’는 다양한 버터를 직접 제조해 판매한다. ‘해초버터’, ‘명란버터’, ‘카라멜 피칸 버터’ 등 요리할 때 마지막 단계에 추가하여 풍미를 더하는 버터를 선보인다.
이태원에 위치한 ‘치즈 플로’의 경우에는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은 10여 가지 수제 치즈를 판매하는 치즈 전문점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식문화를 선보이는 이러한 전문점들은 ‘쩝쩝박사’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굿즈 수집도 전형적인 디깅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잘 만든 캐릭터 상품의 경우 품절대란이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의 경우 포켓몬 디깅러들에게 콜렉션을 채워보고 싶다는 성취욕을 자극한 것이다. 한정판의 가치가 높다보니 한정판 굿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콜리’라는 앱의 경우, 인기 높은 캐릭터 IP (Intellectual Property right, 지적재산권)를 활용해 해당 앱에서만 판매하는 ‘only콜리’ 굿즈를 판매한다.
나아가, 브랜드를 디깅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SNS 친구로 등록해놓고 신제품 출시, ‘브랜드 데이’와 같은 할인행사 소식을 놓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중고마켓도 열심히 활용한다.
중고거래 앱인 ‘번개장터’에 따르면 2021년 9월 ‘브랜드 팔로우’ 기능을 도입한 이래 2023년 2월까지 이 기능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약 3배 늘었다고 한다. 팔로잉된 브랜드는 나이키, 애플, 구찌, 스톤아일랜드 등 유명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많다.
이러한 디깅 소비는 패션 브랜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먼저 찾아오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매출이 40% 증가했다는 ‘SSF샵’의 경우 콘텐츠 커머스 전략이 유효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 ‘세사패(세상이 사랑하는 패션)TV’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만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으로 유입되게 한 것이다.
이제는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 정보탐색과 구매 후 사용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에게 디깅할 재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