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포브스에 따르면 1800억 달러(약 241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사람은 뜻밖의 프랑스 럭셔리 패션의 대명사인 LVMH(Louis Vuitton Moet Hennessy)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었다. 아르노 회장 재산은 무려 2110억 달러(약 283조원)로 이는 온라인 혁명의 신화를 창조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1140억 달러(약 153조원)보다 2배 가까이 되는 재산이다.
일본의 부자순위 역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갑부는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Yanai Tadashi) 회장으로 재산이 317억 달러(약 42조원)이다. 2019년 4월 이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제쳤다. 참고로 한국 경제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재산은 80억 달러(약 12조원)로 야나이 회장의 4분의 1 수준이다.
또한 2016년 9월 디지털 신화를 창조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를 밀어내고 세계 1위 부호가 된 사람도 스페인의 작은 어촌마을 라코우냐(La Coruna)에서 탄생한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회장이었다. 당시 그가 한해에 낸 법인세만 무려 6억 1600만 유로(약 1조 9000억 원)로 스페인 전체 세금의 약 2%가 넘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2022년 세계 여성 부자 순위 1위 또한 프랑스의 화장품 기업 로레알 창업주의 손녀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어스(Francoise Bettencourt Meyers)가 차지했다. 그녀의 재산은 801억 달러(약 107조원)에 이른다.
언뜻 보면 세계 최고 부자들은 다들 패션이나 뷰티 업체 오너들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실제 이들 기업의 연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IT나 플랫폼, 유통 업체 등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연매출 5140억 달러(약 6878조원)로 전 세계 매출순위 3위를 차지하는 아마존의 베이조스나 연매출 2040억 달러(약 2731조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오너가 세계적으로 부자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떻게 연매출이 고작 792억 유로(117조원)인 LVMH와 140억 유로(21조원)인 로레알 그리고 연매출이 2조 3000억엔(약 23조원)에 불과한 유니클로에서 그들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부자가 나올 수 있을까.
그래서 아르노 회장이 세계 1위의 갑부가 되었다는 뉴스가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뜻밖이다. “패션에 그렇게 부자가 많아? 대단한데.” 필자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자 감탄이다.
정답은 간단하다. 패션이나 뷰티가 엄청난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판매가의 몇 퍼센트를 남기는 제품이나 수수료 장사가 아니라 원가의 몇 배 아니 몇십, 몇백 배를 받고 팔 수 있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단돈 5달러짜리 양 한마리 천연 가죽을 가지고 1000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만들어 팔 수 있다.
매출이 적어도 남는 것은 천문학적이다. 그러니 세계 1위의 부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마 전 이런 세계 1위의 부자인 LVMH 아르노 회장이 장녀인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 크리스찬 디올 CEO 등을 대동하고 한국을 다녀갔다. 그들의 방문 일정 속에 필자의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이 있다. 서울 성수동 뒷골목에 섬처럼 지어진 신비로운 황금색의 디오르(Dior) 매장을 열고 다녀갔다는 것과 한국의 블록체인 패션 기반 스타트업을 만나고 갔다는 것이다.
세계 1위의 갑부가 본능적으로 주목하는 한국에 무엇인가 있다. 바로 한국인들의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문화와 패션 테크놀로지다. 우리는 이런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패션이나 뷰티에서 그들이 주목하는 것들로 무장하고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 우리도 세계 1위 갑부를 만들어 내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