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합섬의 사모의미…전상열편집위원

2000-04-07     한국섬유신문
지난달 31일 조선호텔 2층 코스모스 볼 룸. 이날 이곳 에서는 한국섬유산업의 미래를 밝게하는 뜻깊은 이벤트 가 있었다. 바로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공모(公募)가 아닌 사모(私募)형태의 해외자본이 국내섬유업체에 투 자되는 서명식을 갖는 순간이었다. 서명식 내용은 투자 금액 5,000만 달러·5년간 리보금리 5% 조건의 전환사 채 형태다. 특히 이날 서명식은 換亂이후 국내기업마다 해외자본 유치에 혈안인 것을 감안하면 그 의의는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해외자본을 유치한 기업도 최근 각 광받고 있는 전자·반도체·화학 등 중화학업체가 아니 라 단순히 섬유원사를 생산하는 화섬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증폭된다. 이날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私募형태로 해외자본을 유 치, 섬유산업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섬유업체는 한국합 섬이다. 또 이날 한국합섬에 투자를 결정한 투자펀드사 는 국내에서 우호적 투자펀드로 알려져 있는 AIG-AIF Ⅱ다. 이 투자펀드는 지난해 한일시멘트·한솔 PCS·신무림 제지 등에 전환사채 또는 지분참여를 통한 투자를 결정 한바 있다. 이번 AIG-AIF Ⅱ의 한국합섬에 대한 투자 결정은 한국기업으로는 네번째인 셈이다. 그렇다면 AIG-AIF Ⅱ가 한국합섬에 5년간 리보금리 5%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미화 5,000만 달러를 투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한국합섬의 장래가 밝 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투자펀드사는 선투자에 대한 과실을 책임지 는 파생금융기관의 일종이다. 비록 투자펀드사의 투기 성은 배제할 수는 없지만 투자에 대한 결정은 항상 치 밀하고 엄정한 실사를 거쳐 이루어지게 된다. 투자결과 는 언제나 투자펀드사 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속성을 지닌 투자펀드사가 한국합섬에 대한 투 자를 결정했다. 지금 이시점서 투자펀드사의 판단이 옳 고 그른것은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 할 것은 섬유업체도 투자펀드사의 투자대상이 될 수 있 고 또 국내 섬유업체가 투자대상으로 선택됐다는 엄연 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한국합섬은 PEF만 전문생산하는 국내최대 규모의 화섬 업체다. 중합기준 일산 800톤의 위용이다. 하지만 PEF 이외 내놓을 만한 사업구조는 없다. 지난 87년 설립된 한국합섬은 국내 화섬업체 가운데 후 발주자군에 속한다. 국내 유수의 화섬업체들이 지난 60 년대 초중반 설립된 것에 비하면 기업년수를 볼때 비교 가 안된다. 특히 매출이나 사업구조 측면에서 보면 더 더욱 그렇다. 현재 대부분 선발화섬사들은 다양한 사업구조를 통해 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재벌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자리 매김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합섬은 98년 8월말 기준 매 출 4,652억원에 불과할 뿐이다.그런데도 투자펀드사는 한국합섬을 택했다. 한국합섬은 사업구조는 단순하지만 강점이 많은 회사 다. 우선 특화된 PEF 생산능력을 들 수 있다. PEF 가운데 POY-DTY가 생산주력이다. 대부분 화섬 업체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기업성장을 도모하는 것에 비해 별난 이력을 가진 회사다. 한국합섬은 91년 PEF 생산을 본격화한 이후 줄곧 PEF 생산력 배가를 모토로 한우물만 파온 기업이다. 이같은 한국합섬의 투자를 놓고 동종업계서는 한마디로 무모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는 박동식회장 陣頭指揮 체제의 한국합섬은 어떤 품 목이든 한국최고 뿐만 아니라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 춘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기본방향을 모르고 하는 말일 뿐이다. 사실 한국합섬의 POY-DTY 양산체 제 구축은 그 의의가 크다. POY-DTY는 80년대말 이후 대부분 선발 화섬사들이 생산을 기피해온 품목이다. 국내 화섬사마다 생산설비가 대부분 老朽, 최신 설비로 무장한 대만업체와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는 대만산 DTY를 수입·사용할 수 밖에 없는 절름 발이 구조로 이어졌고 또 국내 PEF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합섬의 POY-DTY 양산체제 구축전 국내 대만산 POY-DTY 수입물량은 월 2∼3만톤을 넘었고 가격도 부르는게 값이었다. 그러나 한국합섬의 POY-DTY 양 산체제 구축은 국내 원사시장 왜곡방지는 물론 수요업 체인 직·편물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一石二鳥의 효 과를 톡톡히 했다. 박회장의 이같은 혜안은 90년대 중반 사이징류 중심의 직물패턴이 POY-DTY를 사용하는 연사물 위주의 후직 물로 전환됨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합섬은 96년 이후 PEF 품목에서 국내최대의 시장 점유율과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불어닥친 아시아의 경제불황과 세계적인 과잉공급 상황 에서도 기술 및 품질경쟁력으로 전년대비 17.5%의 외 형성장과 67.5%라는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한국합섬의 저력은 무엇보다도 이날 서명식 참 석차 투자자 대표로 방한한 Emerging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