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기술력향상사업(섬기력)이 시작된 지 25여년이 지났다. 정부는 해마다 170~300억 예산을 섬유패션산업 발전에 썼다.
최근 몇 년 간 섬유기술력 향상과 프리미엄 소재 개발 지원, 인력양성 및 개인맞춤형 의류 생산 지원. 뿌리산업경쟁력 강화 등의 사업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전체 섬유류 수출 규모가 2011~2014년 160억 달러(약 20조원)에 육박한 후 매년 하락세다. 2018년 2019년 각각 141억불, 130억불을 기록했고 2022년은 전년비 4% 줄어든 123억불을 달성했다. 업계는 세계적인 교역 패러다임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섬유패션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세계경기 변수에 맞물려 기업들은 해외 생산을 많이 했다. 여기에 협단체는 매년 비슷한 사업에 예산을 쓰는 데 치우쳤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어떤 명목 예산을 보강하고, 어떤 교육과 지원이 필요한지 따져 개선·보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섬유패션 종사자들은 “협단체가 회원사들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반영해 정부에 전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협단체들은 위기 의식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화섬 기업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한국화학섬유협회가 올해 축소됐고 쿼터관리제도가 폐지되면서 한국섬유수출입협회(당시 한국섬유직물수출조합)가 위기에 봉착했던 과거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섬유수출입협회는 2005년 쿼터관리제가 폐지되면서 임직원들이 5명까지 축소되는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20여명까지 늘어나는 환골탈태하는 혁신이 있었다. 섬수협은 인력이 많을 때 100여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대구, 부산 지사를 비롯해 80~90년대는 벨기에 브뤼셀, 위싱턴 사무소가 있었다. 당시 수입쿼터 비용이 섬수협 비용의 90%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고 알려졌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기업체 대표자들은 “협단체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환골탈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류산업협회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현재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받는 건물 임대료로 자금이 풍부한 섬산련은 위기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섬산련의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섬유센터는 1992년 완공됐다. 섬수협, 의산협 등이 회원사인 기업들을 종용해 받은 회비 120억여원 이상과 정부가 절반 정도 투입해 총 240억원 이상이 투입돼 설립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섬유센터에 섬유기업이 거의 없다.
현재 섬수협과 한국패션산업협회 등이 다시 입주해 있지만,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협회와 유관 기관 및 기업 등에 실질적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조직이 회원사의 외면을 받는 것이 자명하다. 섬유패션 종사자의 지지를 잃은 조직은 존속하기 어렵다. 이는 섬산련 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구 섬유협단체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앞세웠던 과거부터 생겨났던 단체들이 무수히 많다.
현재 섬유패션 수출 실적이 곤두박칠치고 있다. 섬유수출이 한때 160억달러에서 현재 120억달러까지 줄었고 인구도 줄고 있다. 이는 수많은 협단체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통폐합이 필요한 이유다.
섬유패션산업은 한때 효자 산업으로 수출 4대 품목 중 하나였다. 우리보다 시간당 인건비 비싼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가 섬유패션강국을 유지 중이다. 한국 섬유패션업계도 헤리티지를 어떻게 유지하고 디지털, AI.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혁신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 섬산련이 다시 한번 제 역할을 하고 한국 섬유패션 산업이 시대 흐름에 맞게 성장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과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