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인문·사회과학적 상상이 현실이 되다

기술 혁신, 반복되면 사용자에 루틴이 돼 기술 개발자나 보유자인 토마스 에디슨·듀폰 IBM·애플 등이 1차 주인공 … 월트디즈니·아마존·넷플릭스는 세상 변화에 제대로 주목

2024-06-01     박창규 교수
18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기술 혁신은 세상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며 세상의 주인을 수차례 바꿔왔다. 동력에 의한 기계 등장은 공장을 보유한 자본가(bourgeois)들을 이 세상의 주인으로 등장시켰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량생산과 석유 화합물을 원료로 하는 운송수단의 혁신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유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성품을 공급하는 브랜드 기업을 산업화 세상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 등장은 IT 관련 기업들과 플랫폼 기업들을 오늘날 디지털·정보화 세상의 주인으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 혁신을 “내 생활 혹은 업무들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라는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본다. 기술의 혁신은 처음에는 낯설다가 너도나도 사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기술 혁신은 모두가 사용하는 일상이 된다. 이런 루틴은 우리의 생활에서 늘 반복된다. 처음에 ‘달리는 괴물’이라 불리며 적기조례(Red Flag Act, 영국)의 대상이었던 자동차가 그랬고, 전문가들만의 도구라 여겨졌던 퍼스널 컴퓨터(PC), 인터넷과 모바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의 일상이 됐다. 지금 제 사무실에서 보이는 냉장고나 TV, 전자레인지, 프린터, 무선충전기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당시에는 혁신적인 장치들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있는 것들이다. 기술 혁신은 우리를 참으로 편한 삶으로 이끌고 있다. 이처럼 편리한 생활 뒤에는 이런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주인들이 따로 있다. 1차적으로 기술혁신을 이끈 해당 기술 개발자나 보유자들이 세상의 주인으로 등극한다. 자동차를 우리 일상으로 이끈 벤츠(Benz)나 포드(Ford), 전기를 개발한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제너럴일렉트릭(GE), 나일론으로 화학섬유 시대를 개척한 듀폰(DuPont), 컴퓨터의 IBM이나 인텔(Intel), 모바일의 애플(Apple)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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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핵심 기술의 개발자들은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도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별 아이디어나 기대는 없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그들을 따라 잡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다. 필자가 더 주목하는 것은 엄청난 혁신 기술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고도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주인으로 등극한 이들이다. 이들은 분명 세상을 움직이는 자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기술자체가 엄청나지는 않다. 미키마우스와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호령하는 월트디즈니(Walt Disney)는 매스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예상하고 대응한 것이다. ‘Everyday Low Pric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월마트(Walmart)는 대량생산 및 유통 시대의 변화를 읽은 세계 매출 1위의 공룡업체다. 이어 등장한 아마존(Amazon.com)은 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 유통으로 롱테일(The Long Tail)을 구현해 세상의 소매점을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한 구글(Google)은 인터넷 검색으로 세상을 이끌고 있다. 추천으로 영상미디어 콘텐츠를 지배하는 넷플릭스(Netflix), 개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YouTube), SNS의 페이스북(Meta)과 인스타그램(Instagram), 공유경제를 실현시키고 있는 에어비앤비(Airbnb), 패스트 패션의 자라(Zara)나 유니클로(Uniqlo)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독점적 기술개발 회사가 아니다. 기술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에서의 변화를 읽고, 인문학적 철학과 사회과학적 방식으로 인류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설계하고 만들어 세상의 주인이 된 자들이다.  최근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전환의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비록 이런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이들 기술 혁신이 만드는 변화와 새로운 세상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에서 뭐 하나라도 설계하고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일상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도 주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