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데스크칼럼] 방송 이미지 저작권, 뜨거운 공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 필요하다’로 점화
대행사서 브랜드본사로 옮겨 붙은 법정 공방
…
일부 합의금 조율해 해결하는 사례 늘고
해결 위한 담합 실마리는 보이지 않아
협찬과 바이럴 메카니즘 이해도 부족
2024-06-15 나지현 기자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불거진 특정방송사와 브랜드, 홍보대행사간 협찬 의상 관련 방송 캡처 이미지 저작권에 대한 형사고발 등의 법적 공방 사례가 이슈다. 거액의 금액이 오가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나오면서 공방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법정 공방의 화살은 초기 홍보대행사에서 자금력을 갖춘 브랜드 본사로 옮겨 붙었다.
본 기자가 현 실태 파악을 기반으로 쓴 톱기사를 마주한 브랜드마다 그동안 속앓이를 했다며 얼마의 합의금을 지불했거나 이 내용이 정당한 사유인지 궁금하다는 브랜드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이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 놀랍다. 또 이번 판례로 타 방송사까지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까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자금력을 갖춘 해외 브랜드나 유명 브랜드 기업은 방송·연예계와 밀접한 패션업의 특성상 잡음이 나는 것이 싫어 합의금을 조율해 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중견 이하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패션 업계에서 시즌성이 뚜렷한 아이템이 방송사나 특정 연예인들 착용 노출 효과가 얼마나 판매로 이어졌는지 환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작권법 논리로만 따져 고비용을 지불하라는 내용이 억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또 다른 업체는 5년도 더 된 캡처 사진 컷 당 30만 원으로 환산해 수십~수백 장에 달하는 캡처분에 대한 비용을 청구한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업체는 그 당시 컷 당 1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한 사례를 들어 금액을 조율해보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다른 업체는 건단 300만 원의 내용을 고지 받았다. PPL(간접광고)비용을 적용한 사례다. 수억에 달하는 금액을 몇 천으로 줄여 줄테니 합의하자는 내용부터 또 다른 기업에게는 협의를 안 해주고 있어 골칫거리라는 소리도 들린다. 타 기업들의 동태를 보고 움직이려고 아직 무대응 중이라며 눈치싸움 중이라는 곳도 다수 있었다.
이처럼 금액과 내용이 브랜드마다 각기 다르고 일관성도 없어 ‘근거 없는 논조로 눈탱이를 맞는 기분이다’ ‘대형 방송사가 너무 비열한 행위로 편익을 취한다’ ‘바이럴과 협찬에 관한 메카니즘을 이해 못하는 처사다’, ‘대기업보다 전문 법무팀이 없고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더 악랄한 내용을 보내고 있다’ 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문서를 받는다는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마케팅이 축소되는 움직임도 있어 대행사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스타마케팅의 입김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사 캡처분을 활용한 온라인 바이럴을 지양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우회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뾰족한 수가 없어 좀처럼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방송사측도 수혜자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일부 브랜드들은 문제를 제기한 특정 방송사에는 더 이상 의상 협찬을 안 하겠다는 보이콧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업의 특성상 60여개가 넘는 홍보대행사와 수많은 스타일리스트가 하나로 담합해야 가능한 일로 이 또한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점에 봉착한다.
업계 오래된 관행을 깨고 산업 생태계의 이해도를 무시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방송사측은 그동안의 암묵적 용인을 불허하고 방송저작물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꺾지 않고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가 저작물 사용에 대한 법률적 이해도가 충분히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관행에 따라 저작물을 사용한 기업의 사법적 처리에 대한 선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서로 간 불완전한 사법적 행정 절차에 의존하기 보다는 저작물을 사용하고 상호 합의된 댓가를 치루는 데 필요한 이해 당사자들끼리 협의체를 구성해 원만하게 해결하고 상생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방송사, 연예인, 패션 관련 협단체가 업계 상생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