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왕따“만세”…유수연기자
2000-04-03 한국섬유신문
튀면 두들겨 맞는 사회
우화를 읽다보면 외눈박이 집단에 잘못 들어간 멀쩡한
원숭이가 그들의 일반적이고 보통스러운 모습과 전혀
다른 자신에 대해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한쪽눈
을 빼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어떤 한 집단이 만들어내는 편견이라는 것이 얼
마나 가공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가를 극단적으로
상징해주는 예임과 동시에 흔히 상식이라든가 일반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범할 수 있는 「愚」를 말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에는 이 우화의 새로운 형태처럼
「왕따」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따돌림」이라는 유아적인 행동을 가벼운 조어로 포장
하여 다분히 장난적인 뉘앙스마저 풍기곤 있지만, 이속
에는 조직사회속의 영원한 제명」이라는 심한 정신적
폭력이 내포되어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
다.
그리고 일단 「왕따」로 지목되면, 그사람은「튀면 두
들겨 맞는다」는 조직의 쓴 맛을 몸으로 혹은 정신적으
로 고스란히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默示도 아는사람
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음산하고 불길한 「왕따」의 개념뒤에는
「약한자에게는 강하고 강한자에게는 한없이 약하다」
는 인간적 비열함과 함께, 「개성말살」의 사회적 음모
가 숨어 있음을 감지하기도 하는 것이다.
라포레의 상식파괴와 신화.
이처럼 어떤「상식적」이라든가 「일반적」이라는 관념
은 우리를 종종 맹목으로 만든다.
그리고 모든 크리에이티브들에게 있어 이 황무지 같은
이 시장에 「새로움」이라는 관념을 심는다는 것은 어
느새 「동질화냐 아니면 기어이 밟고 일어서느냐」이라
는 절대절명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즉, 일반화·획일화로 모두의 개성이 압류당하고, 또한
그것이 정상이라고 교육받고 살아온 이 사회에는 호기
심과 창의력 넘치는 디자이너들은 그야말로 「왕따」와
「또라이」사이를 전전하다가 사라져 버리는 사례가 이
미 빈번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쇼핑센터와 패션몰 등을 계확하고 개발하
는 디벨로퍼들이 만들어낸 일본의「라포레 하라주쿠」
의 성공사례는 이 한마디로 이 「왕따들의 승리」로서
주목할 만하다
파리의 디자이너들이 「지금 우리를 흥분 시키는 곳은
하라주쿠의 다케시다 거리」라며 일본을 주목하게 만든
「라포레 하라주쿠」에는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는 없다.
그리고 아예 처음부터 개성이 강하고 넘치는 끼를 주체
할 수 없는 이른바 별난 디자이너들을 입점을 시키겠다
는 차별화 정책으로 시작한 「라포레」는 또한, 일단
뜨기 시작하고 장사를 잘하여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
는 브랜드가 생기면 백화점등으로 퇴점 시켜버린다는
의외의 정책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들이 남들보다 튀는, 속칭 「또라이」들을 적극
적으로 지원하고 키우는 이유는 「재미있는 일본패션만
들기」 이며, 다른 어느 매장과는 다른 스토리성이 있
는 명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판매보다는 재능을 찾아내야
말그대로 당장 장사가 되는 상품을 골라내는 것은 누구
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보다는 재능을 끄집어 내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을 리드할 수 있는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그런의미에서 정부의 정확한 지원과 디벨로퍼의 능력,
그리고 자본가의 투자라는 3위일체가 재미있는 일본패
션을 만들어내는 라포레의 산파역할을 했다는 것은 예
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무런 기본도 철학도 없이 유통업에 진
출한 백화점들의 땅값계산과 임대료 계산에, 「왕따」
가 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남 하는대로
따라해야 하는 우리네 디자이너들의 운명과는 개념 자
체가 달라서 좀 혼돈스럽기조차 하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디자이너라는 단어는 있지만, 라
이프생활의 제안은 간곳 없이 단지, 장사꾼만을 키워내
는 우리네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성시켜주는 이런 유통
업체가 하루속히 한국에 들어와 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바램도 없는 것은 아니다.
패션계의 영웅찾기
각도는 좀 달라지지만, 지금 패션업계는 4월 SFAA와
KFDA의 서울컬렉션과 5월 패션협회의 서울 국제의류
박람회, 그리고 11월 SBS의 서울국제컬렉션이 준비되
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서울풍년이다.
정부의 후원을 보증하는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 그리
고 민간자본자들도 누구말을 믿고 어느곳에 어떻게 투
자해야 할지 정신이 없을 정도고, 「재주를 부렸으면
나오는게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노골적인 불만속에
서도 그 어느곳에도 소속하지 않는 왕따의 신세보다는
나을꺼라는 생각때문인지 그럭저럭 명목은 이어가고 있
다.
그러나 어느 협회고 단체고 매체고 「죽었다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