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더 편하고 좋은 삶은 가능한가
블랙아웃 사례로 에너지 중요성 깨달아
병원 재난지역 농작물 생산까지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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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통신 등은 건축의 필수 요소
전기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되려면
도시 인프라계획·유지관리 기술 필요
2024-07-06 윤대영 수석전문위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2023년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무더울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불규칙하게 되풀이되는 기후 변화 현상을 초등학교에서도 귀가 따갑게 가르치기 때문에, 더운 여름이 가져올 피해에 대해 모두가 쉽게 예상한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전기를 쓸 것이다. 과거 혹서기 때 전력 사용량의 일시적 급증으로 블랙아웃(Blackout)이 되었던 사례가 여러 도시에서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별 불편을 모르고 사용하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많은 이들이 에너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실제 산업 현장이 멈춰 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이나 재난지역과 같이 긴급한 지역과 시설에 전기가 끊겨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비정상적으로 무더운 여름과 불규칙한 강수량은 농작물 생산을 망친다. 결국 공급조절에 실패한 시장에 필수 식료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식탁에 부는 찬바람이 원래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점차 상식이 돼가고 있다. 날씨 영향을 덜 받으려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스마트 제어 기술을 도입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전기사용량 증가를 막기는 어렵다.
전기는 도시 중심의 의식주 생활과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에너지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전기 생산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늘어나자 청정에너지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전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821년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의 전기모터와 1879년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상용화한 필라멘트 전구는, 전기에서 나온 빛과 동력이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 어려운 저개발국가도 전기를 사용하는 첨단 전자제품은 일상화됐다. 편리함 때문이다. 전기는 현대의 필수자원이므로 생산과 유통 사후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기 어렵고, 발전소에서 소비처까지 교류와 직류를 변환하며 운송하는 동안 철탑과 전주를 세우고 관리해야 하는 위험과 불편은 전기 발명 초기부터 지금까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처음 마을에 전기가 들어갈 때는 문명의 상징이었던 전신주가 지금은 애물단지가 됐다. 오래된 마을일수록 거미줄처럼 퍼진 전신주에 언제 누가 설치했는지 알 길 없는 전선과 통신선이 뒤엉켜 그 무게로 전신주가 쓰러질 정도다. 모든 선을 잘라 버리고 새로 설치해야 하는데, 그러자니 살고 있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이런 상황이니 재개발 사업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정치 사회적 갈등만 이어진다.
전기와 통신, 가스와 상하수도는 건축의 필수 요소다. 이를 쉽게 공급 관리하는 배관 기술과 자재도 계속 발전해왔다. 현대 도시는 안전과 미관을 위해 선로 배관을 지중화하고 있다. 신축과 수리에서의 효율성이 에너지를 절감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신경과 혈관 건강을 위해 규칙적 생활 습관을 조언한다. 자기 체질에 맞는 식사와 운동은 필수, 몸에 이상 신호가 왔을 때는 적절한 휴식과 치료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혈압과 동맥경화가 온다. 사람이 사는 건축물도 인체에 비유된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은 우리 몸의 혈관이요, 통신선은 신경과 같다. 신축 때부터 용도에 맞게 설계되고, 수리가 쉬워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 새로운 설비로 교체할 경우, 폐기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지관리가 쉽지 않다면 재건축해야 하는데 결국 건축폐기물만 늘어난다. 전기가 앞으로도 우리에게 편리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되려면,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는 도시 인프라계획과 건축설계 및 유지관리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대에만 편하고 좋은 삶을 누리기는 쉽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