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2주년 특집]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추호정 교수 - “한국기업, 유럽 ‘순환경제 패러다임’에 동참해야”

세분화된 취향 맞추면 시장성 있어 스몰 브랜드도 글로벌 주목도 높아 한국, R&D·디지털의 공급망 맵핑 과제

2024-07-17     나지현 기자

-엔데믹 전후 섬유패션산업 및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하반기는 성장의 불확실성이 더 높을 것을 전망한다. 엔데믹 시대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럭셔리, 아웃도어 활동으로 인한 골프와 캠핑 등 다양한 장르의 성장, 온라인 시장의 팽창 등이 주축이 되어 패션산업의 또 다른 성장을 이끌었다.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리오프닝으로 인해 기존 성장세를 보였던 상품군이 주춤하지만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장르의 몰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럭셔리 시장의 유지와 전통 럭셔리에서 벗어나 아미, 자크무스 같은 뉴 럭셔리의 급성장 또한 눈에 띈다. 뷰티와 리빙까지 섭렵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르의 도전도 눈여겨 볼만하다. 

온라인 플랫폼의 투자 유치 혹한기라고 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리딩업체는 세대를 타파할 수 있는 간편결제, AI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하며 일상 속을 지속적으로 파고들며 다양성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서 VR, AR, 3D로 구현되는 공간 활용 등 기술들의 발전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서비스를 찾는다면 여전히 잠재력이 풍부하다. 디지털휴먼의 존재는 인플루언서로서 또는 라이브 스트리밍으로서 손색없는 형태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 지표의 다양한 시그널이 저점을 통과해 회복세로 접어 들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선도브랜드들이 확장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기업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과거의 매스마켓을 위한 전략보다 잘게 쪼개진 세분화된 취향이 존재하면서 스몰 마켓에도 고객이 존재하는 만큼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만들어 공략한다면 여전히 나만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오프라인은 경험의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경험적 소비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깊이 있고 세분화된 상품 공략의 필요성이 더욱 강해졌다.  해외시장에서의 K-패션은 자본의 힘으로 컸던 과거와 달리 선두 플랫폼의 세계화와 함께 잠재력이 풍부해졌다. 스몰브랜드도 함께 진출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지고 기회의 장도 많이 열렸다. 기획력이 좋다면 세계적인 주목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패션의 장르는 단순히 입는 것에서 벗어나 미디어의 기술을 입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이브리드가 자유롭게 적용되면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로 피지컬한 세상과 가상의 세상이 공존한다. 예전의 경험과 실패가 현재의 실패로 단정질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한 만큼 문화와 연결되고 K팝 컬처와 K푸드 등을 자연스럽게 접목할 수 있는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팬데믹을 통해 초연결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 됐다. 한류 이펙트에 대한 프리미엄을 활용해 도전할만한 장이 됐다. 아시아 시장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각 나라마다 소비특성을 파악하고 우리에게 준비된 시장을 면밀하게 파악해 정교하게 공략해야할 것이다.”  

-하반기 기업의 핵심적인 미래 성장 전략에 반드시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면.
“유럽이 주도적으로 전개하는 순환경제 패러다임의 거대한 움직임에 한국의 패션섬유산업군도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 
유럽연합 주도하에 강력한 규제로 나이키, H&M 등 글로벌 빅 바이어들의 공급망 룰 메이킹으로 완성된 새로운 기준은 세계 시장 참여에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H&M’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 순환경제 실현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행중이며 이행 수준의 연차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CO2발생변화, 전력량 변화, 전체 물 사용공정에서 물 재활용 비중, 자체 운용 재생에너지, 리사이클 또는 지속가능하게 공급된 소재, 의류 회수 시스템을 통한 회수된 양, 매장 폐기물 리사이클 시스템 도입매장 비중 등 매우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담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5년까지 완전한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소재만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찌’ 또한 2025년까지 원자재 추적성 100% 달성, 2030년까지 지속가능 탄소중립적 소재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VMH’ 그룹은 2026년까지 버진 플라스틱을 제거,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한국섬유패션산업군의 참여는 미비하다. 
지속가능 산업의 동참은 R&D를 기반으로 공급망과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디지털 정보화로 공유하고 공급망 맵핑을 짜야하는 거시적 움직임을 실행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공급망 시대에 맞서는 움직임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은 모든 기업들에게 반드시 갖춰야하는 필수사항이 됐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섬유패션산업군 또한 미래를 준비해야한다. 일부 수출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이 사업 영위를 위해 필수사항을 지켜나가며 이행하고 있는 정도다. 

글로벌 국가들이 실질적인 기준들을 마련하고 모두에게 필수적 사항을 갖추라는 상황에서 국내는 이 이슈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 조차 없다면 글로벌 시장은 미래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판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기업들이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합의된 기준과 제도 마련이 너무 절실하다. 섬유패션업체들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환경 규제에 관해 제도를 숙지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해 선진국과의 온도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 맞춰 우리도 준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