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3) - 그린워싱 진실 밝히다

2023-08-03     안동진 교수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조직의 제품, 목표 및 정책이 환경 친화적이라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녹색 마케팅을 기만적으로 사용하는 광고 또는 마케팅 스핀의 한 형태이다.  그린워싱은 한번 사용한 수건을 퇴실 전까지 재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 호텔을 보고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Jay Westerveld)가 1986년에 만든 용어이다.  그는 호텔이 사실은 비용절감을 위해 환경을 핑계로 세탁물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옳았지만 틀렸다. 아무리 의도가 불순해도 결과적으로 이 시도가 환경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만이나 사기라고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기와는 달리 피해자가 없고 행위 당사자의 거부권 행사가 쉬우며 결과적으로 이익을 얻는 불특정다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가능한 그린워싱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강한 동기가 있으므로 그들의 주장만을 전격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진짜 그린워싱은 다음과 같은 사례이다.  매드타임스에 따르면 FTC의 그린 가이드(Green Guides)를 위반한 가장 최근 사례는 미국에만 1100개의 매장을 보유한 북미 최대 백화점인 콜스(Kohl’s)와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프라인 소매점 월마트(Walmart)다. 2022년 5월 5일, FTC는 이 두 기업을 레이온 섬유제품을 대나무 제품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법원에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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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콜스와 월마트가 기만적인 마케팅 형태인 그린워싱을 한 것이다. 최소 2015년 1월부터 이 두 기업은 각각 24개 이상의 허위광고로 대나무 제품을 판매했다. 그들은 독성 없는 깨끗한 대나무 섬유를 사용했다고 마케팅했다. 더불어 대나무 직물을 친환경적인 공정을 통해 만들었다고 거짓 홍보했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그들의 또 다른 위반은 제네릭 텀(Generic term)에 등록되지 않는 ‘뱀부(Bamboo)’ 라는 품표(Content label)를 사용한 것이다. 원재료가 대나무라고 하더라도 이는 비스코스 레이온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수종(樹種) 중 하나로 별도로 원료 수종을 표시하거나 수종 자체를 라벨에 사용할 수 없다. 레이온은 어떤 나무로 만들던 결과물에서의 차이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대나무는 원료가 되는 모든 나무 중 불순물에 해당하는 리그닌 함량이 가장 많으며 정작 필요한 셀룰로오스 함량은 가장 적다. 즉, 비스코스 레이온을 만드는 데 가장 부적합한 재료인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대나무로 비스코스를 만든 목적이나 이유는 불 보듯 뻔해 보인다. 비스코스 레이온은 이황화탄소 같은 독성 화학물질의 배출로 인해 공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청정이나 환경친화와는 정반대 편에 서있는 섬유이다. 

두 기업은 Textile Fiber Products Identification Act(Textile Act, 섬유제품식별법)와 연결되는 다른 규칙을 위반했다. 이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 환경적 이익이 된다고 거짓 홍보했으며, 환경, 소비자들, 그리고 정직하게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에 해를 끼쳤다. 미국 법무부는 이 두 기업에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마케팅을 모두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며, 콜스에 250만 달러, 월마트에 3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총 550만 달러는 FTC가 그동안 이 분야에서 내린 것 중 가장 큰 벌금이다. 

FTC의 그린 가이드 한계점 

FTC의 그린 가이드에는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규제가 있지만, 환경·소비자·기업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만큼 강력하지 않다. 왜냐하면, FTC의 그린 가이드는 단지 가이드라인이며 법적인 힘이 없기 때문이다. 즉, FTC가 그린 가이드를 기반으로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조사나 기소할 권한은 있지만, 그린 가이드 자체를 강제하는 법률이 없기에 FTC 주장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