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56 - 세상에서 가장 굵은 실
2024-09-14 안동진 교수
섬유와 실
원단을 제조하기 위해 먼저 섬유로 실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섬유 가닥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가늘기 때문이다. 승용차 크기만한 투박한 직기에 올려놓고 직물을 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최소 굵기가 있다. 그래야 실이 끊어지지 않고 연속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생산량도 실이 굵어지는 만큼 비례하여 상승한다. 합섬사 중 가장 흔한 폴리에스터 75D 실은 대개 36f 즉, 36 가닥의 섬유가 합쳐져 하나의 실이 된 것이다. 감성을 다르게 하기 위해 같은 굵기지만 72가닥 또는 144가닥으로 된 것도 있다.
실은 왜 여러 가닥의 섬유로 이루어져 있을까. 꼭 그래야 할까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섬유는 적절한 굵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필요한 굵기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닥을 합쳐야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합성섬유는 가소성 수지를 녹여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으므로 굳이 섬유→실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실의 굵기로 다양하게 제조할 수 있지만 대개는 천연섬유와 비슷한 굵기의 섬유를 거쳐 이를 실로 만드는 번거로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매우 중대한데, 같은 굵기라도 단 하나의 섬유로 된 실과 여러 가닥의 가는 섬유가 모여 하나의 실이 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섬유가 실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가 낚시 줄이다. 그런 실은 잡아당겨 끊어지는 힘 즉, 인장강도가 좋으나 쉽게 구부러지지 않으므로 유연성이 부족하여 딱딱하고 광택이 나며 표면적이 최소한인 형태이다. 실과 원단에서 표면적은 매우 중요하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로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만져지는 촉감도 표면적에 따라 다르다. 여러 가닥의 섬유로 만든 같은 굵기의 실이라도 각각 몇 가닥 인지에 따라 기능과 감성 측면에서도 크게 다르다. 물론 가닥 수가 더 많은 실일수록 섬유도 그만큼 더 가늘어져야 한다. 따라서 가격도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