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기획, 주관한 2024 S/S 서울패션위크가 이달 5일부터 9일까지 DDP에서 진행됐다.
특히 해외 큰 손 바이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 파리, 밀라노, 런던)보다 한발 앞선 기간에 선보여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시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현재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바이럴 되고 있는 가장 핫한 K-팝 걸그룹 뉴진스를 서울패션위크 글로벌 홍보대사로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세계3대 아트페어 ‘2023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같은 기간 열리면서 그야말로 ‘잘 차려진 밥상에 음식 맛만 좋으면 금상첨화다’ 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여전히 ‘많은 아쉬움과 부족함’이다. 첫 날 여러 오프닝행사로 북적였던 것을 제외하고 쇼 장은 역대급의 규모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몇 몇 컬렉션을 제외하고 프론트로가 비어 쇼 시작 막바지에 스텝들이 앉는 헤프닝이 종종 벌어졌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없는 트레이드쇼장 또한 썰렁한 것은 마찬가지. 어울림광장의 부스에도 참여도는 떨어졌다. 이간수문에서 열린 이색 전시는 그 흔한 안내판과 부족한 홍보 탓인지 장소를 찾는데만 30분을 쏟았고 어렵게 찾은 공간은 여전히 찾는 이가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표와 숙박비 협찬으로 굵직한 바이어들이 오긴 했지만 실제로 바잉을 위해 오는 바이어는 없다. 서울 관광을 위해 오는 바이어들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또 “하루 몇 개의 쇼를 참여해야하는 강제성이 있어 의무적으로 쇼를 보는 분위기다.
그 외 시간에 관심 있는 신진 디자이너 쇼룸을 따로 찾는다. 굴지의 해외 쇼룸과 이미 해외 홀세일을 활발히 하고 있는 몇몇 디자이너들은 ‘서울패션위크에 서는 것은 홀세일 비즈니스에 오히려 마이너스일거 같다’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밝혔다. 어떤 이들은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그마저도 예산이 줄어들까 우려된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예산의 문제일까. 업계 관계자 여럿은 패션업계 이해도 높은 ‘감각과 안목있는 전문 기획자의 부재’를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서울시가 예산을 집행하고 운영하는 만큼 예전처럼 민간 업체의 스폰은 못 받지만 예산은 적지 않았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또 서울이라는 장소는 아시아의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핫 스팟이다. 패션업에 대해 안목있는 지휘자가 없는 것이 서울패션위크 자체의 컨텐츠 매력도를 떨어뜨린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코엑스홀에서 같은 기간 열렸던 2023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어떠했을까.
작년 한국에서 5년간 함께 개최하기로 한 전 세계 3대 아트페어 행사에는 미술업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모두 어마어마한 관심과 인파로 몇시간 대기줄 오픈런은 기본이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한국 미술 시장과 해외 미술 시장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으며 올해는 한층 다채롭고 풍성하게 열렸다.
자금력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그 기간 서울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열며 주목받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 <버들 북 꾀꼬리>을 후원하는 행사를 진행했으며, 샤넬과 프리즈가 함께하는 ‘나우 & 넥스트’ 행사에도 많은 셀럽과 일반인들이 참석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Acne Studio loves Seoul’ 파티를 열어 올해 프리즈 기간 내 가장 ‘핫’했던 파티로 바이럴 됐다.
프라다 또한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프라다 모드 서울’ 행사를 인사동 문화공간코트(KOTE)에서 진행,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감독, 창작자와 협업하며 글로벌 문화의 장을 후원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프리즈 기간 내 총 160여개가 넘는 브랜드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업계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국내외 세계 미술인의 축제로 자리매김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한 해외 바이어는 “프리즈 기간 서울 곳곳에서 열린 여러 이벤트로 서울이 다시 한 번 핫 한 도시라는 인식이 각인됐다”고 회자했다.
서울패션위크가 국제적 축제이자 행사로 치러지는 것은 아직도 먼 길일까. 트렌디한 서울과 세계를 흔들고 있는 K-컬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특별한 빛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