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회의 더이상 안된다…박정윤기자
2000-03-29 한국섬유신문
지난 24일 있었던 화섬·직물산업 발전협의회 회의는
한마디로 가관(可觀)이었다. 현재 흐름상 양업계 생존
이 걸린 중차대한 회의인데도 불구, 사전(事前) 언론에
정확한 통보없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밀실회의(密室
會議)의 전형적 작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양업계 회의는 섬유 관련 언론의 집중을 받기에
충분했으며 또 화섬업계뿐만 아니라 수요업계인 PET
직물업체 관심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었다.
회의 시작전 한형수 화섬협회장을 비롯, 대형 10개 화
섬사 사장들과 대구견조 하영태이사장 등 굵직굵직한 8
개 직물업계 대표들이 회의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또
본격 회의에 앞서 한형수 화섬협회장과 하영태 견조이
사장은 회의의 중요함을 인식해선지 사진기자들에게 우
호적인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 회의가 시작되기전 이만용 화섬협회부회장은
협회 관계자에게“관계자 이외 모두 나가게 하라”고
말해, 사전 비공개 회의를 몰랐던 상당수 취재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켜줘야만 했다.
화섬협회의 이같은 처사는 대중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
하는 언론에 대한 도전이며, 참석치 못한 수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중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겠다는‘무지
의 소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날 안건은
부도 공장 대책, 원사가 인상 등 직물업계 6개안, 화섬
협회 1개안 등 양업계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중
요한 사안들이었다.
특히 이날 회의는 그 어느때보다 양 업계가 생존과 존
폐의 기로에 놓여 있어 합의된 결과만 중요한것이 아니
라 그 결과를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 의미
를 갖고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때‘다음달 원사가 인상이 가능한
지, 또 인상이 되면 어느 선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이에
대한 PET직물업계 반응 및 대책, 또 아직도 화섬메이
커들이 수요업체인 PET직물업체보다 위에 서 있다는
우위론을 보일지’등 양업계 실질적인 의견이 나왔음직
한데도 누가 주도한건지 비밀리에 진행되는 등 쑥덕공
론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양업계 회의가 있기전 이미 화섬사 사장단 회의가
진행됐고 또 이날 회의를 토대로 25일 본부장회의에서
는 4월 원사가 10센트 인상을 확정했다. 이 모든 것은
비공개로 착착 진행됐다.
화섬협회 사장단 및 본부장회의가 계속 비밀리에 진행
된다면 수요업계인 PET직물업계는 가격 담합 등 갖가
지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등 비난의 화살을 퍼
부을 것이다.
또한 외형적으로 PET직물업계보다 골리앗인 화섬업계
가 실익을 위해 철저히 문단속만 편다면 화섬·직물의
진정한 공조와 투명한 발전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
다.
<박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