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행하다”보면 개닫게 되리라…조능식
2000-03-24 한국섬유신문
▼지난해 11월 중순 생전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중
환자실과 일반병실에서 1주일을 지내고 퇴원해서 1주일
집에서 <심신(心身)>을 추스리는 고마운(?) 시간을 갖
었었다.
─신문사로 출근하기 위해 보통 때와 같이 아침 일찍이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별안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
땀이 온 몸을 감쌓다. 그 도가 점점 심해지자 <겁>이
났다. 병원 <응급실>로 직행─입원─중환자실─의 순
으로─ 얼떨결에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평상시 <건강>하다고 본인도 생각했고 주위에
서도 부럽고 대견(?)하다는 탄성들이었기에 그런가 보
다 했지 누가 그렇게 갑자기 소란(?)을 떨줄이야 생각
지도 못했었다.
▲퇴원하고도 병원을 다니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약은 계속하라는 명령이다. 우습지도 않은 얘기가 하루
아침, 점심, 저녁 세번씩 <약봉지>를 대한다는 것은 그
리 유쾌한 노릇은 아니다.
하루는 담당의사가 <내시경>으로 위검사와 <암>에 대
한 검진도 하자고 했다. 담당의사와는 몇일동안에 인간
적 정(?)이 들었지만 단호이 거절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 나이에 이것, 저것 두드리다 보
면 낡은 기계 모양으로 하자가 나타날게 뻔한데…”라
는 데셔였다.
▲불교적 사고방식이 아니더라도 인간이란 어머니 배속
에서 태어날 때부터 「사백사병(四百四病)」을 몸에 지
니고 세상에 나온다고 하지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란 원래 온갖 <병>과 더
불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아질 때가 많다.
아닌게 아니라 석가모니가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인간의 원점을 깨달았듯이 인간이란 <태어나고> <늙
어서>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이 원리원칙은 그 누구도 어떠한 과학도 풀수는 없다.
─인간에게 다가 오는 모든 병마나 노쇠란 이 쪽이 원
치않아도 저 쪽에서 소리없이 찾아드니 도리가 없는 것
이다.
─그래서 늘 우리는 건강하고 용기있고 행복한 인생이
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까─. 하고 탄식하게 되는
가 보다.
▲20세기의 종말을 맞이한 세계가 지금 가장 커다란 테
마로 내걸고 있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건강하게 「공
존(共存)」 「공생(共生)」─더불어 살아간다는─ 명제
에다 지적 정보와 무화적가치 창조에 있단다.
그러나 오늘의 현상은 어떤가? 지구촌 도처에는 병들고
헐벗고 굶주린 인간들이 가득한데다 민족간의 대립, 종
교의 대립, 그리고 남·여의 대립 등은 그 어느 때보다
도 가공할만한 양상을 띠고 있다.
「거절에서 관용으로」 「대립에서 공존으로」란 21세
기의 테마가 무색해지는 판이다.
─큰 병을 치루고 난 후의 <너그러움> 같은 것을 느끼
게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