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보다는 설득을…전상열
2000-03-24 한국섬유신문
밀라노 프로젝트는 역시 섬유·패션업계의 뜨거운 감자
였다.
단군이래 섬유·패션산업의 최대의 역사인 밀라노 프로
젝트를 놓고 섬유·패션업계의 관심은 한마디로 지대했
다.“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나”라는 냉소적인
반응은 더더욱 아니었다. 섬유·패션산업의 사활이 걸
린 프로젝트를 놓고‘나몰라라’ 의식은 杞憂 그 자체
였다.
그러나 총론에 대한 당위성은 공감한 대신 각론적인 측
면은 시각차가 판이했다. 6,800억원의 자금지원은 차치
하고서도 한국섬유산업의 미래를 놓고 추진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주체에 대한 이견은 심각했다.
지난 20일 개최된 문희갑 대구광역시장 초청‘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섬유산업의 활로’주제의
섬산연 조찬 강연회는 이를 재입증시킨 場이 됐다. 섬
유·패션업계의 유례없는 관심을 증폭시킨 이날 조찬
강연회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당위성은 재확인한 반면
실천에 따른 기술적인 접근은 관점에 따라 확연히 엇갈
렸다.
특히 이날 강연회는 그동안 제기됐던 사업주체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범업계적 공조체제는 아직도 遙
遠함을 재확인케 했다.
아침 일찍 섬유센타 국제회의실을 찾은 섬유·패션인의
발길은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 그 자체였다. 그
러나 열정은 강연 시작과 함께 반감됐다. 문시장의 치
밀하게 준비된 강연은 참석한 섬유·패션인들의 공감보
다는 반발(?)을 야기하는 부작용을 보였기 때문이다.
섬유·패션인들은 문시장 주장대로“섬유산업을 21C
한국경제발전의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밀라노 프
로젝트의 본질과 관련 누구도 반대않고 있다. 그러나
왜 대구시가 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는 설득력
이 부족했고 또 대구가 밀라노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어
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논리의 비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문시장이 주목할 것은 섬유·패션업계가 대구가
섬유산지라는 것을 모른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다. 그리고 문시장이나 대구시 주도의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
다. 그런데도 문시장은 이날 강연에서 밀라노 프로젝트
의 타당성과 대구시의 사업주체만 강하게 주장했다. 이
는 오히려 밀라노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인 업계간 화합
을 깨트리는 개연성을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날 많은 섬유·패션인들이 강연회에 참석한 것은 문
시장의 현란한 말솜씨를 듣기위해서가 아니었다. 밀라
노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범업계적 공감대 형
성을 도모키 위해서였다. 다시말해 대구 위주의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의구심과 流言蜚語를 해소하고 한국섬
유산업의 앞날을 도모하자는 취지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문시장의 당위론적 주장은 업계를
끌어안기 보다는 오히려 적대의식을 표출시키는 결과를
자초했다. 결과적으로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인 셈만 됐다.
문시장은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 현재 범업계적
으로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문시장의 과도
한 사업주체욕이 업계의 반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
이 그것이다. 지금 문시장 주장대로 대구시의 사업주체
나 대구가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 자
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사업추진에 나서기도전
內訌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섬유업계와의 불협화음이다. 엄격히 말해 밀라노
프로젝트의 중심은 대구시가 아니다. 섬유·패션산업에
몸담고 있는 섬유·패션인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
미다. 그런데 문시장의 섬유·패션인에 대한 시각은 상
당히 왜곡돼 있다. 지역섬유업계와의 마찰은 그 대표적
인 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전업계의 화합을 통해 힘을 한곳에
집결시켜도 이루기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17개 사업추
진과 관련‘누구는 된다·안된다’식의 업계대표성 시
비는 오히려 업계의 반목만 부추킬 따름이다. 문시장의
잣대는 잣대 그 자체로 그쳐야 한다. 모든 기준을 문시
장에게 맞추라고 하는 것은 문시장의 과욕일 뿐이다.
지금 대부분 섬유·패션인들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
적인 추진을 염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파이를 나누어 갖자는 지역이기주의 성향
은 더더욱 없다. 이같은 측면에서 섬유·패션업계의 문
시장의 사업주체론은 반드시 검증할 필요가 있고 문시
장은 이를 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말해 문시장은 밀라노 프로젝트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섬유·패션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시·문시장만
의 과제가 아니고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고찰되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