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지속가능 패션 이니셔티브 (2) " 섬유패션, ESG와의 전쟁 준비해야"

국내 섬유패션 ESG법안 제정의 필요성과 전망

2025-01-18     이재경 변호사
ESG가 세계적인 동향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되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기업을 비롯한 사업체들은 ESG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섬유패션업계에 ESG는 지상과제가 아닐까? 게다가 각종 노동 문제들과 수많은 사회적 차별로 얼룩진 패션산업은 생존의 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했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하여 ESG와 지속가능성에 올인하고 있다. 그동안 ESG는 기업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나 대외과시용 구호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당사자의 선의에만 기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선진국에서 ESG를 강제하는 법안과 그에 따른 경영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의 흐름은 곧 우리에게 닥칠 미래이기 때문이다. 미국 각 주와 유럽연합(EU)의 ESG 입법은 각종 의무로부터 시작된다. 즉, 패션사업자에게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시정조치해야 하는 의무가 그것이다. 탄소배출량 감소, 공급망 책임 및 제품 순환성, 의류 노동자의 권리 등이 그 주요 대상이다. 전 세계적인 공급 판매망을 갖춘 패션사업체들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투명하게 수집하고,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2022년 1월 뉴욕주 의회는 ‘패션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법(“패션사회적책임법)(Fashion Sustainability and Social Accountability Act)’를 통하여 뉴욕 주에서 연간 1억 달러 이상 매출의 패션 사업체에게 공급망 정보 공개 의무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공시의무만으로는 패션업계의 사회적인 책임에 의미있는 울림으로 다가설 수 없었다. 그리하여, 2022년말 개정된 법안에서는 정보 공개 불이행에 따른 벌금뿐만 아니라 기후 목표 설정 및 달성, 화학물질 사용 개선, 의류 노동자 관리 등의 여부를 법적 구속력 있는 필수 실사를 통해 식별한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미국 최초로 패션 브랜드에게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Fashion Act“라고 불리는 뉴욕주의 위 법안은 아직 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원안 대로 통과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법안 내용이 공개되면서 패션산업 당사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이보다 더 강력한 법안의 시행도 그저 시간문제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편, 생산수량기준 수수료지급방식(“piece-rate method”)을 버리고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캘리포니아의류노동자법(California Garment Worker Act)도 시행과 동시에 패션산업의 열악한 근로조건에 철퇴를 날렸다. 생산수량 기준을 통해 최저임금을 피할 수 있는 예외를 없애버린 개선 입법은 패션산업의 건전한 선순환을 약속하고 있다. 사람이 우선 아니겠는가?

EU의 ESG 입법은 생태발자국의 낭비적 공급망을 축소에 초점을 맞춘다. ‘지속가능한 제품 이니셔티브(SPI)’는 EU 지역에서 판매하는 대부분 제품의 순환성, 에너지 성능에 주목했다. SPI 도입 우선순위 책정과 함께 SPI 정책은 2024년부터 발효된다. 프랑스에서 출시되는 의류 제품에는 환경 기여도를 표시하는 라벨의 부착의무가 부과된다. 
2026년까지 EU 그린딜 정책에 따라 EU 회원국들도 프랑스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나아가, 2023년 EU집행위원회는 생산자책임제도(EPR)를 도입함으로써 의류폐기물 처리 프레임워크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개정안은 패션업체들에게 의류제품에 대한 최종 처리 과정까지 책임을 법률적으로 부담시킨다. 전자산업 등에서 실시하던 제도가 그대로 도입된 케이스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패션산업은 ESG에 대하여 아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주도하에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친환경 패션 이행 선언식’에서 친환경 소재 비중 30% 이상 증대, 3D 샘플링을 통한 과잉 생산 방지 등을 내세웠지만, 강제성이 없는 만큼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이다. 이에 맞서서 시민단체나 자원봉사 활동가들이 의류폐기물 매립 금지 및 공개에 관한 규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막상 당사자에 해당하는 패션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국, EU와 같은 강도를 갖춘 ESG법안은 그 누구의 안중에도 없고, 지속가능성의 길은 우리 모두의 안개 속에 갇혀있다. 외국 같은 패션산업의 환경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다면, 패션 제조, 홍보, 판매의 차원을 넘어 최근 시끄러운 그린워싱, 가치소비 등의 문제까지도 터치하게 될 것이다. ESG의 틀 안에서 섬유패션은 less is more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덜 만들고 덜 소비하고 덜 버리는 길만이 패션의 미래가 아닐까? 그렇다면 업사이클링, 재판매시장, 패션 수리권(right to repair)을 통하여 섬유패션시스템을 통째로 바꾸고 새로운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그동안 패션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왔다. 많은 것을 흘렸고, 중요한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보자. 지구를 구하고,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 환경에서 해답을 얻고, 피 땀 눈물에서 열쇠를 찾아야 한다. ESG, 지속가능성 없이는 패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