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에 개장한 소매업 위주의 굿모닝시티 쇼핑몰은 동대문 도소매 상권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현재 판매시설의 공실률이 90% 이상이다. 지하 7층부터 지상 16층에 점포 4500여개가 있는 건물이다. 1층에만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옷을 사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 2층에서부터 5층까지 불이 꺼진 채 빈 공실이 대부분이다. 지하 3층 사우나, 8층 서울중부센터, 9층 메가박스 등에만 사람들이 오고 갈 뿐이다.
굿모닝시티는 통 매각으로 오피스빌딩으로 변경을 시도 중이지만, 쉽지 않다. 아파트처럼 각각의 구분소유주들이 3000명이 넘는다.
굿모닝시티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인접한 메인 상권에 위치해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이 용도변경을 통한 임차를 원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무신사는 굿모닝시티나 밀리오레 등에 임차 문의를 했다가 지금의 현대시티아울렛에 위치한 12~13층에 공유 오피스인 무신사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옛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을 운영했던 롯데자산개발과 카페 24 및 신상마켓 등에서도 동대문 복합상가에 물류와 업무시설,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서 문의가 잇따랐다.
현행 집합건물법에 의하면 500㎡ 이내는 용도 변경을 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가능하다. 그 이상 면적은 구분소유를 공동소유로 용도변경해야 한다.
동대문 건물 컨디션은 현실적으로 몇 백명의 구분소유주 100%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점포마다 대출, 설정, 임대 등 컨디션이 달라서다.
집합건물 1개층에 300명의 구분 소유주가 있는 경우를 예를 들어 보자. 모 기업이 1개층 전부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싶다. 이를 위해 300여명의 구분 소유주 동의를 받고, 연면적 합계가 500㎡ 이상 돼 벌집처럼 벽 300칸으로 출입문을 만들어야한다. 구분소유주가 많은 동대문 상가가 현실적으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이유다.
현재 동대문은 DDP를 둘러싸고 도소매 34개 건물이 있다. 공실률이 70% 이상 되는 구분소유주가 있는 상가들이 절반을 휠씬 웃돈다. 공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는 시대 변화에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80~90년대 도소매업이 성장하던 시기를 지나 2000년대 상가가 과잉 공급된 측면도 있다.
동대문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인 패션을 이끌던 특수 상권이다.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경제 규모와 복합건물이 밀집된 곳이 많지 않다. DDP를 중심으로 동대문 도소매 패션타운은 디자인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운영돼 하루 만에 패션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다. 현재도 동대문은 10조 이상이 거래되는 곳으로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6000억~1조 이상 매출을 올리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킨 비와이엔블랙야크와 패션그룹형지의 터전이 됐던 동대문은 오늘날까지 섬유패션 스타트업과 수많은 소상공인에 영향을 주며 업계에서 큰 축을 이루는 상권이다.
불이 꺼져가는 동대문 패션 타운에는 ‘건물용도 변경이나 규제 완화’를 위한 히든 카드가 필요하다. 한 동대문 관계자는 “동대문처럼 1만개 이상 공실이 있는 특수 상권의 경우 구분소유주 5분의 4정도 동의가 있고 임차 계약차가 있다면, 그 기간만이라도 용도 변경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차인이 없을 경우 판매시설로 환원한다면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1만개 이상 공실이 있는 상권이라면, ‘500㎡ 이내’를 ‘5000㎡’로 법 개정 등의 변화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도시와 건축, 생활이 변화한다. 한류 문화와 K 패션이 다시 주목받는 이때 서울시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동대문 패션타운을 ‘불난 집에 불 구경 하듯’ 방관하면 안 될 일이다. 서울시는 법무부 소관으로 넘기고, 법무부는 나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현장의 상가대표, 상인 및 대정부·국회, 전문가까지 연계해 동대문 살리기에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동대문 패션시장은 또 다른 1조 기업 탄생의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