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블랙 렌즈를 통해 바라본 24 F/W 컬렉션

블랙이 나타내는 무한한 스펙트럼의 재발견

2025-03-13     김하윤 기자

지난 3일, 발렌티노가 2024 F/W ‘발렌티노 누아르(Valentino Le Noir)’ 컬렉션 패션쇼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다른 색을 배제하고 블랙이라는 단일 컬러로 통일되었지만, 다채로운 음영과 각각 다른 볼륨, 깊이감을 부여해 블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부여했다.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Pierpaolo Piccioli)에게 있어 색이란 언제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의 강력한 채널로, 인식과 형태, 그리고 기능을 재평가하는 수단으로서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블랙을 색의 부재나 모노톤의 표현이 아닌, 하나의 색 안에서 무한한 뉘앙스를 펼치는 스펙트럼으로써 발견하고자 했다.

컬렉션은 다른 색을 배제함으로써 텍스처와 구조, 그리고 실루엣을 조명했으며 로제트, 러플, 엠브로이더리 그리고 레이스를 물들여 발렌티노의 기호와 기표를 재맥락화했다.
벨벳과 크레이프, 시폰과 튤을 비롯한 다채로운 텍스처들은 각각의 룩에 독창적 존재감을 부여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재등장한 메종의 고부조 공예 기술인 발렌티노 알토릴리에보(Altorilievo)는 튤 위를 장식해 2차원 및 경량적으로 새롭게 완성, 마치 그림자처럼 신체를 가로질러 떨어지며 더욱 감각적인 패턴을 자아냈다.

또한 198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샤프하고 분명한 어깨 실루엣은 오늘날의 신체에 맞게 재고되어 한층 구조적인 형태를 완성하고 강렬한 여성성을 표현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메종 발렌티노의 가장 아이코닉한 백 중 하나인 ‘발렌티노 가라바니 로코(Valentino Garavani Loco)’ 백을 런웨이의 키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3차원 퀼팅 기술을 더한 레더, 스톤과 비즈 장식, 레디-투-웨어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소재들로 완성된 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