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66) 패션 디자이너와 건축설계사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이유
지구에 생존하는 5천만 종의 생물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문명을 건설한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동물은 동일한 생태계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발생하고 진화하였지만 인간만이 특별한 이유를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힘’ 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능력을 우리는 ‘상상력’ 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동물은 이 능력이 없다. 개선의 시작은 진화였다. 하지만 진화에 의한 개선은 최소한 수십만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도 처음에는 다른 동물들처럼 동굴에 살았다. 동굴은 직접 건설하지 않아도 비바람을 막아주는 좋은 인프라였지만 확대하거나 더 깊이 뚫는 작업에서 즉시 개선의 한계를 만나기에 인간은 동굴을 벗어나 흙을 쌓아 올려 주거지를 건설하였다. 흙 집은 다양한 모양과 2층도 만들 수 있었으므로 흙은 즉시 원시 건축계의 혁명적인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흙은 강도가 약해 쉽게 부서졌다. 불의 발견 이후, 흙을 불에 구우면 단단해 진다는 사실을 알고 일정한 형태로 빚은 흙으로 만든 벽돌이 발명되었다. 이와 같이 눈부신 개선은 진화가 아닌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이다.
문명과 Architect
인간의 상상력은 신소재의 발명을 수백 년 이라는 초단기간에 가능하게 했다.
철의 발명은 100층이 넘는 건물의 건설을 가능케 하였다. 유리의 발명은 건축물 내부로 빛은 들여오되 비바람은 막을 수 있는 혁신을 이루게 하였다. 신소재의 발명은 건축물의 규모와 기능 그리고 다양성의 증가로 이어졌다. 필요는 상상력을 키우고 상상력의 성장 결과가 신소재의 등장이다. 이것이 꾸준한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인류는 초단기간에 문명을 이루게 되었다. 상상력+소재=문명 이라는 공식을 성립하게 만든 사람들은 바로 건축 설계사 Architect 이다.
Architect와 Designer
동물도 집을 짓는다. 하지만 인간 이외, 어떤 동물도 옷을 만들어 입지는 않는다.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ET도 그렇다.) 더구나 기능도 아닌, 자신의 외모 증강을 위해 옷을 만드는 동물은 없다. 공작처럼 화려한 외모를 진화 시킨 동물이라도 생존에 위협이 되는 막대한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무겁고 화려한 깃털은 급할 때 벗어 던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만이 옷을 발명하였다. 그것도 섬유를 꼬아 실을 만들고 또 실을 직조하여 원단을 만든 다음 이를 염색하고 재단하여 꿰매는 고도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의류를 제작하였다. 이 모든 과정과 발전이 디자이너의 위대한 상상력에 의해 실현된 것이다.
위대한 발명 Puffa
다운 자켓은 단순히 이불에서 응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불과는 전혀 다르다. 1940년, Eddie Bauer가 특허를 취득한 Down Puffa는 고도의 엔지니어링과 과학을 기반으로 설계된 디자이너의 걸작이다. 보온을 위해 두 원단 사이에 솜을 채워 넣어 만든 이불은 확실히 기발한 발명이지만 Puffa에 비길 바가 아니다. 패딩 자켓은 이불처럼 무거워서는 안 된다. 이불은 이동이 불필요하고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환경이지만 자켓은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이동하고 다양한 기후를 견뎌야 한다. 가벼우면서도 방수, 방풍 기능과 더불어 뛰어난 보온 기능이 필수다. 충전재로 솜 대신 사용한 오리털은 신의 한수이다.
AI가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두 직업
Designer는 수용가능한 가격으로 최적의 소재를 선택하여 기후에 적합한 형태를 디자인하고 필요한 기능을 탑재하며 지속적인 세탁이나 때로는 혹독한 외부 환경을 견디도록 내구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활동이 불편하지 않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하는 한편, 쾌적한 적정 습도를 유지하면서도 착용자가 아름답게 보이도록 심미적 요소를 투입하여 제작해야 하는 고도의 다양한 능력이 필요한 설계사 Architec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