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포스트자본주의와 패션산업…유수연기자
2000-03-15 한국섬유신문
대두되는 절망과 희망의 신호탄
피터 드레커의 「포스트 자본주의」를 읽다보면, 이제
우리는 무력과 부가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 지식과 지
혜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지로 약 2백 50년전 산업혁명 이래 노동으로 모든 부
를 쟁취할 수 있었던 문명의 페러다임과 가치관이, 보
이지 않는 정신세계로 대이동될 것이라는 조짐도 여기
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확실히 20세기는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
기의 시대로 기록될만큼 양적으로 팽창되어 발전에 발
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세기말.
자원의 고갈과 지구환경의 악화로 인류의 생존 자체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세계 컴퓨터 통제시스템이 일대 혼돈을 일으킨다는
이른바 「Y2K」의 가공할 시나리오의 등장에 이르기
까지, 불길한 신호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별다른 절박함 없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기
대하고 있다.
비과학적 이론의 체계화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은 이제까지 과학으로 풀 수 없
었던 정신적인 문제나 불가사의한 세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들어「향기」라든가 「파동」「영감」등 불과 몇
년전까지 비과학적으로 치부되어 왔던 요소들의 산업화
가 바로 그것.
이것은 최근의 「氣」나 「초능력」의 붐을 타고 조금
씩 그 존재를 어필하고 있는데, 패션산업에 미치는 영
향에 있어서도 이는 예외는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과학자들의 사이에서도 「컬러의 트
랜드란 태양을 비롯한 별들의 영향으로 그해의 에너지
의 强弱, 혹은 여러 물질들이 그대로 변화하여 나타나
는 것」이라는 이론이 체계화되고 있으며, 심지어 유럽
의 컬러리스트들은 이제 트랜드와 컬러의 영감을 별자
리와 점성술에서 도출하고 있다는 정보도 들어오고 있
을 정도다.
게다가 음양오행의 플러스·마이너스 현상을 기본으로
컴퓨터의 2진법이 개발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동양철학
을 현대 정신병치료에 응용하여 치유했다는 사례가 심
심치 않게 증명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까지 과학이
라는 이름하에 무시되었던 수많은 진리와 우주의 신비
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오히려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예는 기존의 물질로써 모든 것을 평가하던
가치관의 붕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의미에서
의 학습이 필요한 시기임을 시사해 주는 것에 불과하기
도 하다.
환경문제가 방향전환의 계기
세기말적 가치관의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천재지변도 물질물명
으로 파괴된 자연의 대반란으로 생각되는 만큼, 사람들
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다 깨끗한 환경속에서 건강하게
정신적인 면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환경문제를 생각할때에 특히 제기하고 싶
은 것이 「패션산업」과 써서 없애버리는 「폐기 문
화」와의 대립구도이다.
「변화에 의미를 두는 것」이 유행이라면, 사람들의 심
리에 맞추어 재빨리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소비를 권장
하고 촉진시켜야 한다는 패션의 속성으로 인해 「지구
환경보호」라는 테마와 정확히 상반되는 문제로 대두되
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패션업계의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결론은 언
제나, 소비자들은 될 수 있는대로 물건을 아끼고, 기업
은 소재사용과 배출을 줄이며, 상품의 재이용적인 방법
을 철저히 추구해야 할 것이라는 식으로 도출되지만,
실상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진행되는 상품의
선택의 다양성을 위해 섬유산업도 패션 제품과 실용제
품을 구분해서 대응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며,
또한 제품의 용도와 기능성을 생각할 필요성도 있다.
요는 21세기 미래비젼에 있어 환경문제는 무조건적인
소비절약 보다는 풍요로운 생활의 밸런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디스코와 SF가 키워드
한편, 21세기 패션의 키워드는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에 유행한 「디스코」와 「SF」의 부활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요즘은 모든 트랜드의 기본이 도나 섬머와 비지스, 아
바등으로 대표되는 추억의 팝송들이 다프트 펑크와 봅
싱크레어, 카시아스등 파리를 기점으로 활동하는 아티
스트들에 의해 새생명이 불어 넣어지고 있는가 하면,
80년대의 사이언스 픽션(SF)도 다시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은 이런 회귀문화가 99년
현재 트랜드를 리드해가는 크리에이터들이 소년 소녀
시절에 누렸던 문화가 소화되고 토해 내면서 나오는 새
로운 트랜드이자, 단순한 노스탈지아가 아닌, 진화의 산
물이라는 점.
그러므로, 이 새로운 컬쳐 트랜드가 오리지날을 모르는
20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