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고] 패션테크 기업이 향후 글로벌 게임 체인저

1세대 유럽 중심 로드샵 럭셔리 패션 태동 2세대 대량생산형 거대 패션산업 발전 ... 3세대 IT기반 패스트·온라인 패션 주도 패션테크 적용한 퍼스트무버가 미래 게임체인저

2025-04-03     박창규 교수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프랑스 LVMH 그룹의 아르노 회장이 작년 초 가족들은 물론 30여 명의 임원진을 대동하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국내 유통 대기업은 물론 LVMH 계열 매장을 두루 둘러봤다. 
그런데 이때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만남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알타바(ALTAVA)’라는 스타트업과의 미팅이다. 2018년에 창업한 알타바는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가상 패션 스타트업이다. 세계 최고 부자는 짧은 한국방문 기간임에도 이 스타트업을 만나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여기서 필자는 알타바 기업의 가치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만남을 통해 향후 글로벌 패션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패션테크(Fashion Technolog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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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산업은 (1세대) 유럽을 중심으로 백화점이나 로드샵에서의 루이뷔통이나 샤넬 같은 럭셔리 패션을 거쳐, (2세대) 미국이 주도하는 대형 리테일샵이나 할인점에서의 나이키, 폴로 같은 대량생산형 패션 브랜드로 거대한 산업을 이루었다. (3세대) 현재는 대형 직영점을 운영하는 자라, H&M, 유니클로 같은 IT 기반의 패스트 패션, 그리고 아마존, 셰인 같은 거대 온라인 쇼핑몰 등이 글로벌 패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거대한 공룡들이 지배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패션산업의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한국의 전략은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서양 복식 문화와 역사가 부족한 한국이 갑자기 럭셔리 패션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막대한 자본과 유통망이 필요한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를 따라가기에도 녹록하지 않다. 또한 패스트 패션이나 온라인 쇼핑몰도 국내 시장에서나 전개가 가능할 뿐 글로벌 비즈니스는 꿈도 꾸기 힘들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레퍼런스들이 있다. 유럽 변방의 의류 생산기지였던 자라의 스페인, 인구가 1000만 명도 안 되는 H&M의 스웨덴, 아시아의 유일한 글로벌 패션기업인 유니클로의 일본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시 패션의 2등 국가들이었다라는 점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즉, IT 기술을 활용해 매주 신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파는 혁신적 패션 비즈니스를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아마존도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을 온라인 중심으로 혁신하더니 지금은 세계 최고의 유통기업이 되었다. 이들은 바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이다. 결국 우리가 글로벌 패션 리더십을 갖는 가장 유망한 방법은 기존의 것을 따라가기보다는 새롭고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서 이루어 내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다. 그중의 하나가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같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기술을 패션에 적용하여, 공급자인 기업 중심의 패션산업 생태계가 아니라 개인 수요자나 크리에이터 중심의 Web 3.0 혹은 공유 및 협업 중심의 토큰형 패션 같은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디지털 패션’ 분야의 선출직 초대 의장을 13년째 맡고있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은 분명 패션테크에 관한 한 최상위국이다. 또한 모든 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현실적으로 그 이외 것들로 한국이 패션 분야에서 주목받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 ‘세계가 주목하는 패션테크 기업’이란 패션 테크놀로지 자체를 가진 기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테크를 적용해 옷(패션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때때로 패션산업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테크놀로지를 ‘목적’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 방향을 잃은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 아무리 한국의 조그마한 스타트업일지라도 그 기업이 옷을 만들어 파는 퍼스트 무버형 패션테크 기업이라면 아르노 회장 같은 세계 최고 부자도 만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바로 미래 한국의 글로벌 패션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