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지속가능 패션 이니셔티브(9) 패션기업 소싱 담당자의 공급망 관리란?
2025-05-08 이현학 부사장
2023년 10월 금융위원회가 당초 2025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하기로 발표했다. 그럼에도 현재 패션 대기업을 포함한 중견기업 실무 담당자들 대부분 어떠한 목표에 기반해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기업의 실천 의지도 미약하고 대응 전략 수립에 기반한 구체적 달성 방안도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패션 기업 소싱 담당자의 공급망 관리 업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기업 규모에 따라 소싱(Sourcing)은 상품기획자(MD) 혹은 디자이너가 직접 관여하기도 하지만, 여러 개 브랜드를 보유한 일정 규모 이상 패션 기업의 경우에는 자체 생산(Insourcing)과 사입(Outsourcing)을 각각 담당하는 소싱 담당자를 별도로 배치하고 있다.
해당 패션 기업에서 ESG 경영 목표 설정 및 실천 위한 TFT가 구성된다면, 여기에 참여하는 소싱 담당자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와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 시스템 기반으로 각 업무 프로세스 단계별 직무 단위별 개선(PI, Process Innovation) 측면에서 분석해 E(환경) 요소인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소싱 담당자인 본인을 비롯해 실제적으로 각 조직 및 개인들에게 어떻게 배분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정된 전체 조직 및 개인의 목표의 합이 기업의 전사적인 목표로 설정되어 대외적으로 공표되어야 기존 책임에 떠밀려서 대표자의 의지만으로 발표되는 목표가 아닌 실질적으로 기업 내 모든 인력이 달성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실천 목표를 함께 설계한 소싱 담당자는 실무에 임하면서 매 시즌별 공급망 확정을 위해 자가 공장, 원/부자재 업체, 프로모션 업체, 외부 공장 등에 대한 환경적(E) 뿐만 아니라 사회적(S), 책임적(G)경영 측면에서의 공급망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여성복이나 스포츠/아웃도어 전문 기업처럼 보유 브랜드가 유사해 소싱 업체 등이 중복되면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할 수 있으나, 다양한 복종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만큼 거래하는 업체 수도 많아 협력업체 자체의 환경적(E), 사회적(S) 위해 요소 관리나 그들의 외부 공급망 관리 등을 살피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되도록이면 관리 가능한 적정 수의 공급망 수를 설정해 전체 생산 물량이 집중되어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고 본사의 ESG 경영 목표에 기반한 협력업체의 변화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렇게 엄격하게 관리되는 공급망 체계에 대해 매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와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품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당연히 크게 반발할 것이고 실제로 좋은 명분의 ESG 경영 실천이 실무 부문에서 좌절되는 것도 대부분 여기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소싱 담당자는 친환경 생산 공정과 친환경 소재 업체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기획 부서에 제공해야 하고 적정 재고를 확보하면서도 탄소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원/부자재 사용 효율 극대화와 공급망의 최적화된 물류 효율 등을 감안한 소싱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해나가야 한다.
여전히 일정기간 유지되고 있어야 하는 ‘ESG 경영 목표 설정 및 실천 위한 TFT’에서 소싱 담당자는 이렇게 설정된 목표에 기반해 일별, 주별, 월별, 시즌별 진행되었던 내용을 분석해서 얼마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후 기존 ERP나 SCM을 보완해 시스템적으로 관리해야할 내용이 있다면 개발 의뢰하고, 점진적으로 협력업체와의 시스템적 연결을 통해 ESG 공급망 관리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향후 긍극적으로 탄소배출 감축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공장에너지관리체계)에 기반한 CEMS(Carbon Emission Monitoring System, 탄소배출모니터링체계)과 EODES(Electronic Origin Data Exchange System, 원산지 전자교환시스템) 기반한 DPP(Digital Product Passport, 전자 제품 여권) 등의 시스템적 기반이 갖춰줘야 한다.
이 모든 것들도 실무적인 준비가 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필자는 대부분의 시스템 도입의 실패가 실무에 적용하기 전에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설계 및 구축하고 그에 맞게 업무 내용을 한꺼번에 변경해 적용하려 하는데 많은 시간과 갈등이 유발되었기 때문임을 직접 목격해왔기게 일단 실무자 수준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내용을 실시해보고 성과 분석에 기반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내용에서 보면, ESG 경영 시대에 패션 기업 내부 소싱 부서 및 소싱 담당자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패션 교육기관은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MD)에 대한 교육 중심이고 첨단 및 친환경 소재 전문가나 소싱 전문가 양성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거나 너무 기초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실로 걱정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패션업계의 절대적인 변화 방향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력 육성에 기업과 교육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