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본부장회의의 중요성…전상열
2000-03-10 한국섬유신문
“본부장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은 천하없어도 지켜라.”
이는 지난 4일 화섬사 PEF 본부장회의를 주관한 한형
수 화섬협회 회장의 주문이다. 이날 회의는 화섬협 본
부장회의로는 유례없는 2가지 진기록을 남겼다. 첫째
조찬회의로 개최됐다는 점 둘째 한형수회장이 직접 관
장했다는 것이 그것. 여기서 주목할 것은 조찬회의는
그렇다치고 한형수 회장이 직접 본부장회의를 관장했다
는 사항이다.
화섬본부장회의는 각품목별로 화섬사 관련임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정례적인 모임이다.
나일론이나 아크릴품목은 예외성이 있으나 화섬의 주
력인 PET품목은 PEF·PSF로 나눠 매달 모임을 갖고
회원사·수요업계 동향을 비롯 해외정보 등 다양한 최
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다.
특히 PEF부문은 화섬사 본부장회의를 대표하는 회의로
알려져 있다. PEF를 생산하는 업체도 많지만 다운스트
림 업계와의 유기적인 관계 또한 복잡다난하다는 점에
서 회의 결과는 항상 뉴스거리가 된다.
일부에서는 본부장회의를 단순히 공급자들의 모임이라
는 폄하성 평가도 내린다.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라는 의식 때문이다. 이에도 불구
본부장회의를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수급업계간 이
해가 걸린데다 공급업체들간 알력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이 중요한 화섬본부장회의가 최근 신뢰를 잃고 있
다. 본부장회의에서 합의되고 결정된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켜지지 않는 정도가 아
니라 본부장회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7·80년대 본부장회의의 결정은 칼이었다. 공급업체가
적고 수요가 많은 수요초과 상황에서 의견통일은 언제
나 손쉬웠다. 합의나 결정 그 자체가 공급업체에게 이
익을 주는 항상 그런 자리였다는 뜻이다.
이같은 無所不爲의 본부장회의의 권위도 90년대 들면서
풍지박산 상태로 변모했다.
PEF부문의 생산참여사 증가로 수요보다 공급초과 현상
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쏟아지는 원사에
대한 판매채근질은 원사본부장들을 압박하기만 했다.
그렇다보니 본부장회의의 합의는 한마디로 탁상공론 그
자체였다.
단적으로 공급초과 현상이 본부장회의를 지배하다보니
판매경쟁만 지상과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
황서 본부장회의는 회의 그 자체로 끝날 수 밖에 없었
고 결정이나 합의를 했더라도 지리멸멸함을 면치 못했
다.
한형수 화섬협회 회장이 본부장회의를 주도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물론 뒷배경에는 본부장회의의
중요성이 높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사실 지금 화섬사 사장들은 원사본부장 출신이 많다.
그리고 이 회의의 결정이 당장 영업이익으로 직결되는
경험도 상당하다. 그만큼 화섬사 본부장회의가 중요하
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같은 배경은 사장단이 작금의 화섬본부장회의를 질
타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사장단이 공급초과에다 생산사 증가로 행동통
일을 기할 수 없는 풍토를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서도 본부장회의에서의 결정이나 합의는 천하없
어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결국 문제에 대한
토의가 충분치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회장은 이날 본부장회의에서 본부장회의의 합의사항
불이행은 공급업체간 불신은 물론 수요업체까지도 경멸
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고 질타했다.
그리고 본부장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은 각사별로 입장이
다를 수도 있으나 이를 지키는 것이 원칙이고 지킬 수
없는 회의는 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회장의 이날 본부장회의에 대한 주문은 각별한 의미
를 담고 있다. 다수의 수요업체들은 합심해 직물수출가
를 인상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반해 본부장
회의의 결정은 아직도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수요업체들은 숫적으로 많고 의견통일 또한
쉽지않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데도 합의를 이행했고 결
과 또한 긍정적이었음을 지적한 점이다.
반면 본부장회의는 12개사에 불과한데도 의견통일을 이
행못하는 것은 추진력이나 논리적인 측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또 수요업체들이 국부를 챙기자는 당연적인 주장
을 펴는데 반해 소수의 공급업체들은 오히려 이를 역행
한다는 매서운 질책성 주문이다.
원사본부장회의는 상당히 중요한 회의다. 특히 직물·
편직물을 비롯 화섬사 수출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국
내 섬유수출 구도를 봤을 때 본부장회의 합의는 경쟁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본부장회의에서 단순히 수급상황만 따지고 가격을
결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은 땅짚고 헤엄치던 시
절에나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본부장회의가 공급업자간의 모임으로 폄하될
수 밖에 없다.
화섬본부장회의가 국내 화섬산업과 다운스트림의 경쟁
력을 창출하는 매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