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손수건-하얀팬츠…조능식

2000-03-08     한국섬유신문
▼3,4십년전까지만 해도 남성패션에선 <흰색>이 가장 보편적인 색깔이었다. 우선 와이셔츠가 그랬고 하얀 행커치프(=손수건· HANDKER-CHIF)가 그랬다. 뿐만아니라 남성용 속옷 인 팬츠도 흰색깔의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부부간엔 옥신각신하는 <촌극>이 이 하 얀색깔들 때문에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어쩌다 남편의 백옥같이 흰 와이셔츠의 <칼라>에 여성의 붉은 립스틱 자죽과 비슷(?)한 게 묻어 있거나 흰손수건에 그것과 비슷한 것이 붉게 묻어 있어서였다. 이것들은 좀 낫다. 만일 남편의 흰 팬츠에서도 그런 색 깔과 비슷한 것이 묻어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있던 한량들은 이들 흰색깔 의 패션(?)들 덕택에 큰 곤욕을 치뤄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량의 현부인들은 한사코 흰색의 것만을 대령 했다던가─). 그런데 어떤가? 요 10년 사이에는 그 흰색깔의 것들이 어디론지 몽땅 사라지고 울긋불긋 가지각색의 예전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색깔의 것들이 판을 치고 있었 다. ▼희한할 정도의 유행을 실감케 하는 것들이었는데…. 월여전서부터 인가 남성의 「하얀 손수건」이 돌풍의 기세로 유행 선상에 떠오르고 있단다. ─하얀 손수건의 발단은?하고 귀를 기울이니 우습지도 않은 발원지(發源地)라서 다시한번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한다. 「하얀 손수건」의 발원지는 얼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 게 만들었던 「검사님」들의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김 대검총장」이 그 전모를 밝히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부하검사들의 비리를 내손으로 캐내어 흑백을 가리게 되니 만감이 교차된다”며 눈물을 흘렸었다. 그때 김 대검총장이 눈물을 닦던 손수건이 바로 하얀 것이었다. 하얀 와이셔츠나 행커치프등이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던 작금의 패션이라서 <높은 양반>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통일은 아닌 데다 보기드문 「하얀 손 수건」이 이채롭다는 공감아닌 공감을 가져다 주어서인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요즘 보기 힘들었고 촌스럽기까지 했다던 하얀 손수건이 장안에 대유행이라니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컬러풀한 행커치프는 흰색깔의 것보다 더러움도 타지않고 세련된 듯한 멋을 풍겼었는데 어제 오늘 대학 가에까지 온통 하얀 손수건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쳐 < 양품점>에는 그 품귀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아예 동 이 났다고도 한다. ─다시한번 흰색깔의 맑고 순결하고 고귀함을 되찾으려 는 <백의민족>의 얼의 재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