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이것이 문제다…정환상
2000-03-08 한국섬유신문
최근 21세기 한국패션산업의 미래비젼을 위한 기초작업
다지기가 한창인 시점에서, 패션산업의 총체적인 문제
점이 다각도로 지적되고 있다.
소위 「BIG2」로 불리우는 롯데와 현대중심체제의 모
순점을 비롯하여, 재래시장의 대형마켓의 대두,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각, 전세계의 블록을 한꺼번에 무너뜨리
며 열병처럼 퍼지고 있는 사이버 시장의 출현, IMF이
후 지방총판업체의 붕괴로 야기되는 영마켓의 분산화등
등이 바로 그것.
이런 기형적인 모순점이 배제되지 않는 한, 한국 패션
산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지난 95년 96년 말 전국 56개 백화점 바이어
추천 마켓리딩 1위 브랜드 클라라 윤의 대표이자, 한국
패션협회 정환상 부회장이 진단하는 한국패션산업의 문
제점이다.
낙관할 수 없는 주변환경
최근들어 패션업계에서 경기상승, 소비심리회복이라는
기대의 말을 자주 접하지만, 체감적으로 볼 때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
지금 그래도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11~12월달 환율하락현상과, 전자를 비롯한
공산품의 수출호조로, 경기지표와 주가가 올라가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이 줄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작년 1년동안 급여는 오르지 않고,
상여금도 반납되어 있는 상태인 현시점에서 월급쟁이들
의 소득은 급격히 다운되어 있는 형편.
또한, 금년 4~5월의 노동분규가 변수로서, 200만 이상의
실업자들과 어민 농민들의 불만과 동조의식이 팽배되어
있다. 이런 불안감이 원만히 회복되지 않으면 소비 심
리는 다시 급격히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밀라노 프로젝트같은 대국가적인 사업에 있어서
도, 정치적 논리만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장기적
산업 재편의 마인드가 있어야, 국내 섬유패션산업이 진
정 21세기를 향해 비약할 수 있는 기본이 만들어 질 것
이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지금 한국패션산업의 문제점으로 누
구나가 지적하는 것은 백화점 중심의 유통체제.
암만, 경기가 좋아져도 좋아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패션 경기적인 면에서 불리한 조건과 요소가 너
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거대백화점 빅2의 횡포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패션유통 현황은 이른바 롯데와
현대라는 빅2의 존재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나머지 7~8개 백화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죽지못해 명목을 이어
가고 있는 형편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현상
하에 기존의 패션 전문숍 체제는 무너져 내렸으며, 지
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영 마켓에서도 오브제나 한
섬과 같은 백화점 전개에 강한 업체만이 살아남고 있다
는 사실이 이런 현상을 아주 극명하게 알려주고 있는
표본이다.
또한, 이런 현상은 IMF이래 지방대리점 총판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었으며, 이자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마구자비 덤핑처리를 하다가 부도를 맞
는다는 악순환의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거대 백화점 빅2가 연출하고 있는 문어발식 매
장 확대전략으로 인해, 많은 패션업체가 입지조건이 열
악한 신규매장에도 입점을 해야 하는 「울며 겨자먹기
식」 수모를 겪고 있다.
원래 디자이너 브랜드 샵의 경우, 기획상품 30%, 맞춤
20%, 리오더 20%, 스파트 생산의 30%로 7~8개 정도의
매장전개가 이상적으로, 20개 이상되면, 기획생산 60%,
리오더 20%, 스파트 10%, 맞춤 10%로 기획상품수가
많아져서 판매율이 저하되어 버린다.
원래 NB(내셔날 브랜드)에 비해, 노력은 엄청하면서도
100억넘기 힘든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한계이며 7~8
개전개로 50억 정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매장과 잘안나가는 매장
에의 무차별 입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된 유통구조라면, 고급백화점에서는 고급과 명품
을 취급해야하며, 중대형 전문샵에서는 중저가, 마트는
저가 제품과 행사 상품으로 3분화가 되어 공생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금은 백화점이 몇백원하는 통배추에서 몇억
짜리 밍크까지 취급하는 독점 현상을 빗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황당한 이론은 지금 당장은 통하고 있지만, 백화
점의 구조상의 문제에 부딪쳤을 때, 엄청난 혼란을 빗
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백화점은 그 발전의 기본이 가격과 품질의 안정과 함
께, 애프터 서비스, 환불제도 교환반품보장 등의 메리트
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백화점은 붕어빵식의 전형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사은세일 바겐세일을 반복
하는 이른바 「사바사바 행진」의 연중 세일이며, 10%
백화점 카드 우대권은 이제 특혜가 아닌, 「활용 못하
는 놈이 바보」가 되어버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