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모던 럭셔리한 2025 봄·여름 남성 컬렉션
셀러리아 스티치 장식에 초점 둔 디자인
2025-06-17 이태미 기자
글로벌 패션 하우스 펜디(FENDI)의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과거를 향한 노스탤지아가 고조되며 더욱 밝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액세서리 및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생각하는 펜디는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을 영원한 길잡이별로 삼아 수십 년의 세월과 수많은 장소들을 비추며 시간 여행을 떠나는 타임 캡슐과도 같다. 이번 2025 봄·여름 펜디 남성 컬렉션은 펜디에서 처음으로 남성 실루엣을 선보였던 1990년,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펜디 하우스 코드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승화시킨다.
모던 럭셔리라는 렌즈를 통해 현대적 남성미를 더욱 부드럽게 표현하고, 당대의 남성복을 구성했던 핵심 요소들로 이를 완성한다. 한때 엘리트를 상징했던 일과 유희를 위한 유니폼이라는 개념은 해체되고 셔벗과 미스트, 아이보리, 캐러멜, 버터밀크의 미네랄 톤 팔레트가 부드러운 블루 및 내추럴 인디고 컬러, 블랙과 포레스트 그린이 어우러지는 파우더리한 컬러 팔레트로 재탄생한다. 스포츠와 의식(Ceremony) 그 사이에서 '펜디 클럽(FENDI Club)'이라는 아이디어가 태동하고, 브레스트 포켓과 버튼 위에 마치 판타지 속 문장(紋章)처럼 장식된 심볼이 등장하여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번 컬렉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펜디 가문이 1925년 로마 안장 장인에게서 전수받은 기법인 셀러리아 스티치의 섬세한 기교를 예찬하는 디자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사이즈로 구현된 스티치는 FF 리넨과 포근한 텍스처 위에 스트라이프나 토널 FF 로고 스레드로 장식되거나 깔끔한 울 소재의 아우터웨어 및 가죽 제품 위에 절제된 스타일의 미니멀한 프레임으로 등장한다.
섬세한 볼륨감으로 과거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한 디자인은 클로스 보머 재킷, 트렌치 코트, 슬래시드 트라우저와 매치한 쓰리 버튼 블레이저에서 활약을 펼친다. 팔꿈치 부분에 슬래시드 디테일을 더한 포플린 셔츠의 슬리브는 길게 또는 짧게 연출할 수 있고, 폴로 플래킷은 목 앞부분 중앙부터 상반신 중앙까지 트위스트된 형태이며, 어깨를 따라 단추를 풀어 연출하는 비대칭 실크 니트는 모듈 같은 구성의 가벼운 디자인을 완성한다. 플리츠가 돋보이는 쇼츠 위에는 패치 포켓이 달린 롱 오버셔츠와 실크 타이를 더하고 그 위로 리넨, 가죽, 마드라스 체크 코튼, 가벼운 스웨이드가 조화로운 톤을 이루는 여름용 쇼트 재킷을 레이어링한 룩은 자연스레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5 봄·여름 남성 액세서리 컬렉션은 피카부 ISeeU 소프트 백과 다이애고널 쇼퍼 백, 새롭게 선보이는 지퍼 디테일의 바게트 더블 크로스 백, 펜디 아뜰리에의 멀티컬러 자투리 소재로 완성된 패치워크 바게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번 시즌에서 강조하고 있는 셀러리아에 초점을 둔 디자인으로 등장한다. 슈즈 컬렉션에서는 컨트래스트 패널이 돋보이는 휩스티치 디테일의 펜디 포스 스니커즈와 함께 몰드 형태의 러그와 솔을 갖춘 로퍼, 그리고 페이턴트 가죽 소재 혹은 왁스 스레드 자수로 완성된 슬립온 플랫 또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