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움”과“요염한 매력”의 학생작품…조능식
2000-03-03 한국섬유신문
▼『패션전문학교의 졸업작품전(卒業作品展)」을 보면
부쩍 외부를 의식한 화려한 기획들이 눈에 띤다.
졸업작품 전시회를 위해 전문연출가(演出家)를 초빙해
오는가 하면 프로의 모델을 등장시키는 등 일류브랜드
가 무색할 정도의 <쇼>를 전개하고들 있다.
호화로운 <졸업작품전시회>의 뒷전에는 치열해져가기
만 하는 학교간의 「생도유치획득경쟁(生徒誘致獲得競
爭)」이 있기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모집인원 미달이거나 취직난─ 거기다 일년에 한 번뿐
인 <졸업전시회>라면 학교로서는 다시없는 대외 캠페
인 기획의 챤스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런데 도쿄─아닌 “파리”의 학생작품 전시회를 보면
분위기가 영 다르다.
디자인, 창작기술─ 그 어느 것을 뜯어 보아도 일본(日
本)의 학생작품들이 그렇게 크게 뒤질 건 없다.
뿐만아니라 독창성이라는 점에서도 일본의 「패션전문
학교생」의 그것들은 세계의 톱 레벨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
▲ 그러나 역시 어딘가가 다르다. 한참동안 고개를 갸
웃러리며 보고 있을라치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다.
일본학생의 작품에는 「어른스럽다」─다시말하면 요염
하다던가 성적매력 따위의 분위기가 부족하거나 빠져있
다.
그러나 파리 학색의 작품들에선 짙게 풍겨오는 요염(妖
艶)함이 발산한다.
─즉 어른스러움으로 가득차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학생이 만드는 것은 오늘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이거나 아니면 친구들에게 입혀보고 싶은 것들이
다.
한편 파리의 학생들 생각은 어른이 되고 난 다음에 자
신이 입어 보고픈 옷─ 또는 어른들에게 입혀보고 싶은
옷들을 머리에 넣고 있다는 식이다.
어른들은 자신의 안중에 없고 먼 세계의 사람인냔 제쳐
놓거나 「같은 또래(等身體=등신체)」만을 생각하려는
<도쿄>의 젊은이!
이와는 반대로 어른의 세계에 동경(憧憬)을 갖고 발돋
움으로 바라다 보려는 파리의 학생─.
차이는 크다.
누구나 아줌마나 할머니는 되고 싶지않은법이다. 또 아
저씨나 할아버지도 되고 싶진 않다.
▲도쿄의 스트리이트는 오늘도 <유원지>와 같은 소란
과 혼잡을 보이며 「어른들」의 근접을 가로막고 있
다……』.
이것은 멸칠전 일본의 「센켄신문(纖硏新聞)」의 단편
기사의 한토막이다.
─공감이 가는 점이 없지않다. 따라서 우리주위의 패션
전문학교의 기획팀이나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좋
은 <경고>와 <참고>가 되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