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위험해야 안전하다

위험 속에서 배우는 성장방식 재미있는 모험 놀이터의 필수요소 과잉감독, 보호에서 자유로울 권리

2025-06-27     윤대영
놀이는 위험해야 안전하다. 여기에는 위험한 도시를 살아가는 학부모들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역설이 들어있다. 어른들이 공들여 만들어준 놀이터는 철저하게 안전할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자라나며 반드시 배워야 할 위험 요소가 거세되어 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그 위험을 알아채고 자신을 보호하는 훈련을 해야, 장차 누군가를 보호하는 어른이 될 수 있다. 1979년에 문을 연 일본 세타가야구 모험놀이터 ‘하네기 플레이파크’에서는 아이들이 폐자재와 공구를 자유롭게 골라 무엇이든 자르거나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도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모닥불 놀이도 언제든 가능하다. 공원 입구에는 ‘자기 책임으로 즐겁게 놀자’라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다. 이런 모험놀이터가 현재 일본 전국에 3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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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험놀이터의 어머니로 불리는 레이디 알렌(1897~1976)은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감독과 과잉보호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라고 했다. 탐험과 실험, 실패와 도전을 통해 세상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낼 자유와 권리를 아이들로부터 빼앗지 말라는 주장이다.  그의 뜻을 이어 런던에서는 2000년부터 모험놀이터상을 선정하고 있다. 창의적 놀이를 통해 또래와 어울리는 과정을 중시하며, 노는 모습을 스스로 촬영한 영상으로 심사한다. 놀이에 관한 모든 일에서 어른들의 간섭과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모험놀이의 기본 정신이다. 노르웨이 퀸모드 대학의 엘렌 산드세터 교수는 재미있는 놀이터의 필수요소 여섯 가지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첫째는 높이 올라가기다. 아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둘째는 빠른 속도다. 그네와 미끄럼틀이 없는 놀이터는 없다. 안전한 장치가 있는 가운데 자기 통제력을 잃을 정도의 속도를 경험하는 것은 짜릿하다.

셋째는 위험한 도구를 만지는 것이다. 인류문명을 전진시켜온 두 개의 바퀴는 일과 놀이였다. 칼과 활, 농기계는 어른들의 생산적 노동에 쓰이는 도구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된다. 어른들에게 요리와 청소는 노동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집안을 어질러 놓는 재미있는 놀이다. 혹시 놀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시행착오를 통해 다치지 않고 노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보다 더 큰 수확이 없을 것이다. 놀이는 자연스럽게 노동을 배우는 과정이다.  넷째는 진짜로 위험이 가득한 놀이다. 불장난이나 물장난은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놀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담그기를 포기할까. 불과 물이 무서우면 어른이 될 수 없다. 흙과 물, 불과 돌, 나무와 풀을 모아 오두막과 아지트를 짓고 놀다 보면 위험을 피하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다섯째는 거칠고 뒤죽박죽 헝클어진 환경이다. 아이들은 서로 쫓고 쫓기며 도망치고 숨는 것을 좋아한다. 작은 동굴이나 튜브, 나무 덤불은 숨바꼭질을 위한 최적의 장치들이다. 불리한 환경과 위치를 극복하고 유리한 곳을 차지해나가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여섯째는 길을 잃는 두려움이다. 놀이 중에 어쩌다 길을 잃는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때가 자기를 보호해줄 공간과 사람들을 찾아 나설 용기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놀이 속에서 두려움을 경험하고 자기를 돕는 친구를 만나본 아이들은 타인을 존중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 생태계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요즘 지자체들이 비둘기 개체수 조절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건 현수막 문구다. 비둘기를 길들여온 사람들이 이제는 반대로 비둘기를 굶겨 죽이겠다고 나섰다. 우습지 아니한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안전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서 스스로 위험을 배우고 그것을 이겨내는 기회를 빼앗고 있다. 요즘 아이들 신세가 비둘기와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