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3주년특집] 초고령사회 진입, 경제력 가진 ‘영 시니어’가 황금거위
1700만 베이비붐 세대, MZ 보다 경제력 월등
코로나 이후 인터넷 쇼핑 유입되며 패션계 주목
2025-07-19 이태미 기자
지난 2020년, 한 숏폼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저씨들이 힙하게 옷을 입고 춤을 춘다. 나이는 들었지만 밝고 경쾌한 에너지는 요즘 아이돌 못지 않다. 이들은 숏폼 콘텐츠로 활동을 시작해 1억 뷰를 돌파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시니어계의 BTS, ‘아저씨즈’다.
‘아저씨즈’는 시니어 콘텐츠·커머스 스타트업 ‘더뉴그레이’에서 배출한 모델들이다. 더뉴그레이는 시니어들에게 ‘내 삶의 주인공은 나예요’라는 커다란 메시지를 주기 위해 멋있는 시니어 모델 6명을 모집했다. 이들이 결성된 후 2021년 2만5000명 수준이었던 더뉴그레이 SNS(틱톡,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현재 총 83만 명이 되었다. 평균 연령 60세가 넘는 이들이 광고 모델 신인상도 받았다. 고령화사회인 현재, 이들은 시니어들에게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아이코닉하고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5126만 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정도에 국민 인구 5명 중 1명(20%)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애초 추산한 2025년 상반기 보다 수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시작됐다. 앞으로 11년간 이들은 대거 일터에서 떠날 것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954만 명으로, 705만 명인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보다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인력난에 직면하고, 2030세대 등 생산연령인구의 노인 부양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화에 대응해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일군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차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고학력 비율과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취업자(2840만 명) 중 60세 이상은 637만 명으로, 22.4%를 차지했다. 같은 달 일본의 6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22.1%로 한국보다 낮았다. 고령 취업자 비중이 일본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현실에서 고령 인력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한반도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해 10년 뒤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금의 4분의 3수준으로 감소한다. 65세 이상이 줄어든 노동력을 채워야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고령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베이비붐 세대들은 MZ세대보다 큰 자산을 가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연령대별 자산액을 살펴보면 39세 이하는 3억 3600만 원이며, 40대는 대폭 상승한 5억 6100만 원이다. 50대는 6억 500만 원으로, 39세 이하의 두 배에 달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산액은 5억 4800만 원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는 총 1700만 명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은 인구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VIP의 72%를 차지한다. 이들이 고령층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실버산업의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실버산업 시장 규모를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2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시니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자연스럽게 인터넷 쇼핑 이용자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업계는 이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2019년에서 2021년까지 60대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매년 약 10%씩 증가했다.
대기업들은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퀸잇과 같이 4050세대 여성을 타겟하는 패션 플랫폼들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퀸잇을 전개 중인 라포랩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신장한 41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퀸잇은 24년 5월기준 50~59세 연령 소비자 비중이 53.8% 달하며 60세 이상은 17.6%를 기록했다.
퀸잇을 전개하는 라포랩스는 2024 예비유니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시리즈B 투자 유치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855억 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