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동대문시장의 이유있는 변신....
1999-06-10 한국섬유신문
동대문 새벽 의류 도매 시장은 불야성이다. 인파에 떠
밀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새삼 역동하는 새벽
도매 상인들의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비트풍의
빠른 템포 음악과 대형 상가 주위를 환히 밝혀 주는 네
온사인, 부릉부릉하며 이제 금방이라도 출발할 듯 짐
실을 준비를 하는 관광버스들, 여기저기서 들려 오는
상인들의 외침소리. 동대문 시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유기체로 느껴지게 하는 요소들이다.
70년대 초반 우리 수출 역군들이 섬유제품 하나로 개미
군단을 이뤄 세계 각지를 주름 잡았듯 이곳 동대문 시
장 역시 이름도 알 수 없는 군소 서울 일원 및 지방 상
인들이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대한민국 민초들의 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도 남다른 애환
이 없을 수 없다.
새벽 2시가 넘어가면 상가 이곳 저곳에서 새참판이 벌
어지는가 하면 일부 상인들은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간혹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따라서 동대문 새벽시장은
많은 군상들이 각기 개성을 자랑하며 다양한 삶의 양태
를 표출하는 인간시장이랄수도 있다. 어찌 보면 동대문
을 필두로한 국내 재래시장은 우리 의생활의 저변을 지
탱하는 거대한 유통매카니즘의 핵심이랄수도 있다.
이곳 동대문 시장이 현재 IMF라는 도도한 변화의 물결
을 타고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에 진행되
오던 확대지향적 거대화 바람과 초현대화 유행의 추세
를 건전하고 내실 있는 실사구시형의 체질로 변화시키
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IMF가 닥치기 이전 동대문의 각 상가들은 과도한 금융
차입과 분양금에만 의존하던 부실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끈만 잘 연결하면 만사가 오케이였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식으로 사
업을 영위해 오던 상가들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기
반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지게 됐다. 여타 대기업들과 마
찬가지로 부실한 차입경영에 의존하던 상가들은 급기야
연쇄 부도의 길을 걷게 되고 그 행진은 앞으로도 당분
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한 개별 상가들의 노력이
그래서 요즘들어 더욱 돋보인다. 강력한 수출 지원 방
안이나 인접 대만, 일본, 홍콩 등지 보따리 상인들을 유
치하기 위한 치열한 접전, 개점 기념을 축하하는 사은
행사, 수출만을 표방하는 전문 의류상가의 등장 등 모
든 노력들은 변화의 파고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
에 다름 아니다. 자칫 과당경쟁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관심 있는 눈길로 바라보노라면 한없이 애착이
가는 우리 민초들 삶의 터전이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