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킨다고?” 패션계 덮친 첨단기술 딜레마

일자리침해·저작권분쟁·AI워싱 등 논란 AI 위험성·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2025-09-19     민은주 기자

패션업계가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관련 부작용 역시 속출하고 있다. 공급망 효율성을 개선해 탄소발자국을 줄일 것이라던 기존의 기대와 달리, 최근 AI가 패스트패션 사업모델을 강화하고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킨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생성형 AI는 비현실적인 미의식을 퍼트리고, 각종 저작권 분쟁을 일으키며,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빠르게 침식하고 있다. 자금조달 및 홍보를 위해 인공지능기술을 왜곡·과장하는 ‘AI워싱’도 논란의 대상이다.

AI가
지속가능성미디어 그리스트(Grist)는 지난 10일, 패스트패션 업계가 AI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빠른 생산·기획과 온라인 판매를 촉진하며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하며 쉬인을 예로 들었다.  쉬인은 주로 중국에 위치한 수천 개의 공급업체에서 초저가 의류를 제조해 전 세계 150여 국가로 항공 배송한다. 이 모든 단계에서 데이터가 생성·수집·분석되는데, 쉬인은 독점적인 머신 러닝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고객 선호도를 측정하고 수요를 예측한다. 이런 AI 활용은 급속한 대량생산과 대량판매로 이어지며 쉬인의 탄소배출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달 말 발표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쉬인은 지난해 총 167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4개의 석탄 발전소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 동시에 쉬인은 과다한 섬유 폐기물과 미세 플라스틱 오염, 개선되지 않는 노동착취 관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기후 비영리단체인 서스테이너블 앤 저스트 퓨처(Sustainable and Just Future)의 세이지 레니어 전무이사는 “AI가 패스트패션을 울트라패스트패션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쉬인과 테무 같은 이 분야의 선두 주자들은 AI 없이 운영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패스트패션 산업은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규제되지 않은 첨단기술은 근로자와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아랍계
생성형 AI는 패션업계의 일자리를 빠르게 침식하고 있다. 특히 유색인종, 플러스사이즈 모델 등 소수자의 역할부터 대체되는 추세다. 영국 패션미디어 시어룩스(SheerLuxe)는 지난 7월 AI 패션·라이프스타일 편집자로 아랍계 여성 ‘림(Reem)’을 도입했다. 지난해 리바이스는 맞춤형 AI 생성 모델을 사용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모든 체형, 연령, 사이즈, 피부색의 사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구현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대중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현재 뉴욕에서는 브랜드가 AI를 사용해 모델의 신체정보를 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패션노동자법’이 주지사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창의적인 일자리라고 안전하지 않다. 임페리얼 칼리지 경영대학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독일 경제연구소가 2021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61개국에서 약 200만 개의 구인 공고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글쓰기, 소프트웨어, 앱 개발 분야에서 프리랜서 구인공고는 21%, 데이터 입력과 소셜미디어 후반 작업은 13%, 그래픽 디자인과 3D 모델링을 포함한 이미지 생성 직무는 17% 감소했다. 또한 기존 데이터 내의 패턴과 구조를 식별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지적재산권 분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패션디자인 분야에서도 브랜딩, 마케팅, 제품디자인 등에 도움을 주는 AI 도구가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지만, 이들이 기존 상표와 유사한 콘텐츠를 생성할 때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아직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AI가 제작한 비현실적 신체 이미지가 젊은 세대의 미의식을 왜곡시킨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포브스는 “엄선된 패션화보와 소셜미디어 피드가 제공하는 이미지들이 소비자들의 신체이형증을 유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비주얼을 생성하는 AI가 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목받는 논란거리는 AI워싱이다. 올해 2분기 미국 스타트업에 몰린 자금의 절반 가까운 271억 달러(약 36조 9183억 원)가 AI 관련 업체에 투자됐다. 포브스는 “AI를 언급하는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15~50% 이상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AI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마케팅 전략으로 인공지능을 왜곡·과장하는 AI워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8월 AI를 활용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거짓 광고한 스타트업을 강제 폐업시키는 등 적극적인 AI워싱 제재에 나서고 있다. 영국에서는 광고표준위원회가 최근 AI워싱에 대한 규칙과 법률을 제정했다.  국내에서도 AI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미제정된 상태다. 산업계는 AI 진흥에 중심을 둔 법안 제정을 요구하는 반면, 시민사회는 AI의 위험성에 대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규제방안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