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감동의 시작, 스마일…박정윤기자

1999-06-08     한국섬유신문
우리는 평소 「고객감동」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이말을 실제로 접할 기회는 별로 많지 않은것 같다. 그런 의 미에서 며칠전 지하철에서 본 한 외판원의 판매방법은 고객 감동은 바로 이것이라는 의미를 실감케 했다. 그날 따라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했고 때 마침(?) 지하철 안에 냉방이 안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더욱 짜증을 돋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자뿐만 아니라 10대 학생부터 50 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승객이 손대면 터질 듯한 분위기 였다. 그런데 갑자기『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카랑카랑한 20대 남자 목소리가 객차 저편에서 흘러나왔다. 으레 잡상인 이려니 하고 무신경·무표정한 승객들과 마치 유치원생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유치원 교사같은 목소리 주인 공은 얼핏 듣고 보기에도 대조적이었다. 『제가 뭘 팔려고 하게요∼. 칫솔이에요. 그런데 품질이 좋을 까요, 물론 안 좋지요. 그러면 수출은 잘 될까요, 내수가 안 되는데 수출이 잘 될 턱이 없죠. 따라서 가격은 파격적으로 다섯개 천원을 받아요』아르바이트 학생으로 보이는 그의 재 미있는 말이 이쯤 되자 승객들 시선이 하나 둘씩 그쪽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원래 무지개색을 내려다 두개는 실패했어요, 그런데 과연 이 칫솔이 이가 잘 닦일까요∼. 놀라지 마세요, 닦입니다. 치 약을 묻혀 이빨을 닦으면 거품이 납니다. 놀랍지요∼. 그럼 몇 개나 팔릴지 볼까요』그리고 그는 칫솔 세트를 승객들에 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계속 재미있다는 표정으 로 지켜보던 10대 중학생이 한개를 구입했을 뿐. 짜증스런 더위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그의 말이 또 이어졌다. 『 돈이 없어서 못 사는 분들은 어떻게 하지요, 걱정 마세요, 저 는 날이면 날마다 오니까요』그는 이 말을 끝으로 내리려 하 자 승객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잠깐이 나마 우리의 더위와 짜증스러움을 일시에 날려보내 줘 진정 고맙다는 스마일한 표정과 함께. 분명 그도 짜증이 났을 텐 데 승객의 기분을 읽었고, 웃음을 주었으며 자신에 대한 확 고한 이미지 각인과 함께 작지만 기분 좋은 감동을 승객에게 선사했다. PET직물업계, 어패럴업체, 유통 등에서 흔히 「고객감동」이 란 말을 달고 다닌다. 수출업체에선 바이어가 고객이고, 일반 업체들은 소비자가 고객이지만 물건을 팔려고하는 기본적인 틀은 같다. 상대편 입장에서 고개의 마음을 읽고, 상담이 끝 났을 무렵 그의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게 해주는 것이 진정 한 의미의 고객 감동이 아닐까. 그러면 오지 마라고 말려도 그는 반드시 또 찾아올 것이다. <박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