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세계관 담아라! 패션계 부는 이색 매장 오픈 경쟁

유니크한 스토리텔링·브랜드만의 아카이빙 구현 고객경험고도화·충성 고객 확보 통한 매출 증대 전략

2025-10-08     이태미 기자
패션 브랜드들이 각자의 세계관을 담은 스토어를 속속 오픈하며 헤리티지를 보여주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내수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고객에게 더욱 깊숙이 침투하면서 팬덤을 끌어내기 위한 일환이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디앤에스알(DNSR)’은 10월 8일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에 정체성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백화점 7층에 위치한 이 매장은 약 20평 규모다.
디앤에스알 관계자는 “지난 4월, 2주 동안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 팝업을 진행, 5000만 원의 매출을 캐는 등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해 이번에 부산에 매장을 오픈했다”고 밝혔다. 

스트리트무드의 캐주얼을 지향하는 디앤에스알은 여러차례 실시한 팝업에서 브랜드 무드와 유니크한 스토리텔링을 담은 거대한 해골 오브제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8월 성수에서 진행된 ‘스켈레톤 하우스’ 주제의 팝업에는 디앤에스알의 옷을 착용한 해골이 엎드린 채로 바닥에 떨어진 돈 모양 뱃지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을 연출해 ‘욕망을 탐한 자의 최후’를 보여주었다. 9월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아포칼립스’ 주제의 팝업에서는 디앤에스알 옷을 입은 해골을 십자가에 박고, 다른 한쪽에는 총을 들고 있는 해골을 배치해 ‘해골의 전투’ 장면을 보여줬다. 이번에 오픈한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또한 ‘아포칼립스’를 주제로 했다. 전쟁에서 패배한 해골 장군을 십자가에 매달아 유동객들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했다. 디엔에스알 관계자는 “매장 방문 고객들이 해골 오브제를 보고 멋있고 독특하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론, 유동 고객들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확실한 이목끌기에 성공했다. 고객들이 매장에 자연스럽게 유입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송지오
디자이너 브랜드 ‘송지오’는 지난 5월 도산공원 인근에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약 120여 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갤러리 느와’를 오픈했다.  플래그십 외관은 송지오의 무한한 창작관을 상징하는 블랙 색상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흑백의 조화가 강렬하다. 빛과 어둠, 대칭과 비대칭 등 송지오의 이원성 철학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송지오 관계자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외관이 눈에 띄고 내부 인테리어도 인상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고객들이 송지오가 추구하는 바를 몸소 느끼며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곳은 송지오의 아트 패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3층에서 현대 미술가들의 전시를 개최하고 컬렉션의 원천이 되는 송지오 디자이너의 그림, 드로잉, 미디어 아트, 조각품을 선보인다. 송재우 대표는 “송지오는 결과물보다 창작 과정을 중시한다. 서울 플래그십은 직접 그린 유화 등을 통해 송지오의 창작 과정을 보여주고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스탠드오일
한편 플래그십 스토어를 주기적으로 리뉴얼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스탠드오일’은 고객 경험 극대화를 위해 매시즌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를 대대적으로 새단장한다. 올해 F/W 시즌에는 인테리어 리뉴얼과 함께 매장 2층에만 구성되어 있던 세일즈 공간을 1층까지 확대했다. 스탠드오일 관계자는 “일본, 태국, 대만 등 해외 고객이 70~80%에 달하는 등 꾸준히 국내외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세일즈 공간을 확장해 편리성까지 높였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의자 뺏기 게임’이라는 주제를 녹이기 위해 매장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의자 등 아트피스 오브제를 배치했다. 의자는 앉을 수 있는 형태와, 그렇지 못한 것 등 다양하게 배치하여 이색적인 포토존을 형성했다. 천장, 벽, 바닥은 온통 화이트 컬러의 인테리어로, 이곳에 오브제들이 들어서 마치 전시회를 연상하게 했다. 맨즈웨어 ‘바우로’는 지난 8월 중순 맨즈 뷰티 라인을 런칭,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고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쇼룸 내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했다. 1층에는 뷰티존에 세면대를 설치했다. 백두진 대표는 “미용에 어려움이 있는 남성 고객을 위해 스타일링 팁 또한 제공하며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북구 보문동에 본사 쇼룸을 두고 있는 슈즈 브랜드 ‘마크모크’는 명동과 성수에 라이브 방송까지 가능한 스튜디오를 품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년 상반기 선보인다. 마크모크 관계자는 “현재 마크모크는 보문동 쇼룸과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롯데월드몰점 등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다. 최근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매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품 판매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많아 명동과 성수에 플래그십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필루미네이트’는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플래그십 오픈 목표를 두고 있다. 필루미네이트는 뚜렷한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인테리어와 오브제 등 구매 외 경험 수단에 집중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매장을 보여줄 계획이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들이 아카이빙을 보여주는 플래그십을 앞다투어 오픈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자사몰, 플래그십 등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을 강화하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