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아조 외손녀 윤상아 대표 "60년 가업 계승, 백년 역사 꿈꾼다"

3대를 잇는 한국 명품 '트로아 여성 내면의 지성과 완숙미 빛낼 옷 지을 것 고유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담은 '모던 럭셔리'구현

2024-10-14     이영희 기자

“여성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빛나게 할 옷을 짓고 싶어요.”
60년의 가업을 이어 ‘트로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윤상아 대표의 꿈이자 포부이다.

‘트로아’는 1세대 디자이너 ‘트로아 조(조영자)’가 1963년 명동에 의상실을 개점하면서부터 지난여름 작고하기 전까지 60년 세월 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트로아 조는 80년 도미 후 LA와 뉴욕을 오가며 정기컬렉션을 열었고 1995년에는 54세의 나이로 뉴욕 아시아 아메리카연맹으로부터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아시아계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당시 안나 수이, 하나에 모리, 베라 왕 등과 함께 수상함으로써 앞서 K-패션의 위력을 떨친 주인공이다. 뉴욕컬렉션과 파리컬렉션에 참여해 패션쇼를 열었고 미국 바이어들의 선호도가 높아 유명 백화점에 ‘트로아’의 옷을 걸었다. FGI(세계패션그룹)의 초대회장을 역임해 글로벌 패션한국의 문을 활짝 열었다.

‘패션’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불모지에서 대한민국 패션 근대사의 주역이었던 ‘트로아 조’ 선생은 안타깝게도 지병으로 4년간의 투병 끝에 지난여름, 그토록 사랑하던 일과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몸을 불편했으나 열정과 맑은 영혼만은 건재했던 ‘트로아 조’의 곁을 4년간 지킨 이가 바로 손녀 윤상아 대표이다. “지난 4년은 항상 따뜻했고 행복했고 웃음이 많았던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한다. 윤상아 대표가 ‘트로아’를 이어받겠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누구보다 기뻐하셨다고 한다.

윤상아 대표는 뉴욕에서 음식을 전공했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세상과 교감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윤 대표는 ‘소울 푸드’를 만드는 일과 옷을 짓는 일이 다르지만 같은 맥락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윤 대표가 새롭게 열어 갈 ‘트로아’는 어떤 모습일까?

윤상아
전통적
내면의
트로아

얼마 전 ‘트로아’는 ‘미들에이지’를 테마로 한 패션쇼에서 뉴컬렉션을 발표했다.
올해 35세인 윤 대표는 40대부터의 중년여성들이 MZ 보다 오히려 완숙미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품어내고 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삶의 연륜과 자아실현에 대한 절실함이 다가왔고 그만큼 ‘트로아’를 지적이고 세련되게 소화해 냈다고 평가한다.

‘트로아’는 고급소재 실크를 에브리데이 웨어로서 실용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특별한 날에만 조심스레 착장해야 하는 옷이 아니라 프레 워싱을 하고 스포티캐주얼의 디자인요소를 가미해 언제 어디서든 멋스럽게 애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의상의 앞과 뒤, 양면 등에 탈부착 및 리버시블 등의 기능을 두어 다양한 연출을 통한 입는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크소재를 캐주얼과 뉴이브닝 드레스로 탄생시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시그니처인 실크 패딩 자켓은 블랙 뿐만 아니라 5가지의 화려한 컬러로 선보이고 있는데 스테디샐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이번 컬렉션에서는 동양적인 프린트를 한 오간자를 심플하게 매치한 이브닝 웨어를 선보여 모던한 우아함을 돋보이게 했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옷, ‘트로아’를 각인시키기 위해 한국적인 라인을 모던하고 스타일리시 하게 풀어갈 예정”이라는 윤상아 대표.

이번 컬렉션에서는 총 36착 장의 의상을 선보였는데 여기에 오간자 소재의 남성복 2착장을 더해 남성 라인에 대한 첫 시도를 했다. 한국의 도포같은 느낌을 현대적이면서도 캐주얼하게 디자인했는데 오히려 여성 고객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트로아’는 2개의 라인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로아 라잇’은 데님을 주로 선보이며 실크 남방과의 매치로 대중화를 추구한다. 28만 원~48만 원대로 가격을 책정했다.
‘트로아 콜렉션’ 라인은 투피스 기준으로 정장이 180만 원~250만 원 정도, 캐시미어 코트류는 280만 원~300만 원 후반대를 형성한다.

윤상아 대표의 곁에는 어머니 ‘조앤(송지은)’이사가 함께 한다. 지난 13년간 맞춤 의상을 해 온 내공을 담아 다양한 연령대와 사이즈의 고객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어머니 ‘트로아 조’를 기억하는 고객들이 함께 추억하고 엮어갈 수 있는 브랜드를 딸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조앤 이사는 “어머니께서 일을 너무나 좋아하셨듯이 나도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윤상아 대표는 “트로아는 좋은 옷을 넘어 감성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전달할 수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와 저의 마음을 담은 브랜드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3대를 이어 한국의 명품 ‘트로아’를 전승, 발전해 나가는 트로아 조 선생의 손녀 윤상아 대표와 조앤 이사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