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지금은 ‘유연성과 융합’ 고민할 때

단점을 강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시야를 확장하고 관념 비틀어야 … 경계를 초월한 콜라보레이션 효과 고집보다 ‘죽기살기’ 태세전환

2025-10-30     이영희 기자

최근 ‘유연성과 융합’이 우리 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발목을 잡기도 하는 요즘, 고집보다는 시야를 확장하고 비틀어 보는 것에서 위기 극복에 대한 해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는 최근의 다양한 이슈에서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아파트(APT)’는 29일(현재)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위에 8위로 입성했다. 또한 공개 11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8000만 뷰를 달성했으며 2억 회를 향해 초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아파트(APT)의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부른 이 노래는 발표 5일이 지나자 전 세계 유명 도시의 클럽에서 ‘아파트’를 외치며 떼창을 부를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아파트가 세계 최단기 유튜브 조회수 기록을 한 것에 대해 음악평론가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이색적인 한국 술 게임 이라는 콘텐츠를 적용한 것을 손꼽는다. 또한 부루노 마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MZ가 선호할 비트와 세련된 편곡 등 문화적 융합의 성공적 사례로 분석한다.  요즘 퓨전 국악 밴드의 세계 진출은 더 놀라운 일이다. 국내에서 조차 가장 인기 없는 장르로 흥미를 잃어가던 국악이 모던 락을 얹어 코리아 도파민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악단광칠’은 세계를 뒤흔든다. 9인조 국악밴드 ‘악단광칠’은 오로지 국악기와 전통보컬만으로 서양의 록음악의 느낌을 주고 전세계 투어를 하며 ‘국악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공식은 깨어졌다. 
얼마 전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진행한 글로벌 패션포럼에서 현대백화점 정지영 대표가 발표한 ‘더현대 서울’과 ‘커넥트 현대’의 성공사례는 사고의 유연성과 융합에 대한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 대단위 오피스 타운에 자리잡았다. 주말이면 공동화가 우려되는 까닭에 백화점 입지로는 적절하지 않으며 마케팅에 위험요소가 많다는 우려가 앞섰다. 지금의 더현대 서울은 사고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성공적 전략 사례로 회자된다. 주말이면 교통체증이 심각한 도심의 타 백화점에 비해 트레픽 해소와 주차난을 해결하게 되었고 우려됐던 유휴 공간은 다양한 콘텐츠와 즐거움을 더한 휴식과 놀이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가족단위 입점 고객들이 오래 머물며 쇼핑하는 결과를 낳았다. 초창기 입점 브랜드가 부족해 난항을 겪던 중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모으고 편집매장, 팝업 조성을 하면서 해외 전시회 참여 등 진출을 도와 업계 기여는 물론 타 백화점과 차별성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로인해 이제는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입점 노크를 하고 새로운 MD로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커넥트현대 부산’이다. 전체 현대백화점 중 매출 하위권에 머물며 한때 폐업까지도 고민했던 부산 범일동 점은 9월에 ‘커넥트현대 부산’으로 재개장했다. 지역 특성에 부합해 쇼핑몰과 아울렛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으로 MZ와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 마뗑김, 커버낫 등 20개 브랜드가 입점한 뉴웨이브 공간, 부산 최초의 고디바 베이커리등 다양한 F&B, 가족단위의 체험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입객수가 늘고 있다. 뿐만아니라 고객의 자발적인 홍보, 즉 SNS노출이 최고치(자체 분석)를 달성했다. 좁은 매장입지를 탓하지 않고 오히려 휴식 공간을 넓게 줘 고객이 충분하게 주변 입점 브랜드에 시선을 줄 수 있게 한 것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요즘 패션산업계가 극심한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 수장들과 종사자들의 고민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죽기 살기’로 극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업계에 안타까움과 경의를 표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업계는 ‘유연한 사고’와 ‘융합’에 대해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경계를 초월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고 현재 주어진 단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려는 유연한 사고와 태세전환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