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돌아왔다…한미 통상관계 지형변화 대응전략은?

한경협, 역대 통상교섭본부장 좌담회…무역적자 해소가 최대 관심사 100일내 강력하고 빠른 정책전환 시도, 韓기업 보조금 축소 가능성

2025-11-12     민은주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글로벌 통상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논의하고 대응을 간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경협이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하여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한국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은 우리는 물론, 전 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수출중심 경제구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거센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 정부와 경제계는 새롭게 구성될 미 신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와 정책 방향에 대한 냉정한 전망과 정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좌담회는 우리의 통상 정책을 총지휘했던 한국의 통상 최고의 베테랑들이 연사로 직접 나섰다. 이들은 모두 미국과의 직접 협상 경험은 물론, 트럼프 1기와 바이든정부의 주요 정책 대응에 관여했던 인사들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21~22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현지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대선결과에 대한 현지 반응을 생생히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 달리 레드 웨이브를 몰고 오며 낙승함에 따라, 제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아젠다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정책방향에 관해 “트럼프 2기 정부는 무역적자 축소, 미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경쟁 우위 확보라는 3대 목표 하에 관세 등 통상정책을 핵심수단으로 사용해 비전 실현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라며, “이에 대비한 민관의 위기 대응 시스템을 기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상무관으로서 한미FTA 개정협상, 철강232조 등 직접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1기 당시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진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한미 FTA 활용방안과 미래, 보편관세 가능성, IRA와 반도체법 등 통상정책 이슈, 미중관계 등 대외정책 등 미국 신정부의 정책방향과 한국 기업들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나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관련 발제를 맡은 김수연 광장 연구위원은 “현행법상 집중투표 도입이 원칙이고, 이를 배제하려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황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 소수주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한미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종훈 제19대 국회의원(07~11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2기에서는 “국경의 높이와 함께 시장의 장벽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편관세 도입 및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외관계 전반과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국 입장에서도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개정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 있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11~13년 통상교섭본부장)은 신정부 통상정책에 대해 “보편관세가 실제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한미 FTA 협정의 상호관세 철폐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으며, “IRA 관련,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으므로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으나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19~21년 통상교섭본부장)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트럼프 정부가 양자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적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역적자국 8위인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1순위 고려대상은 아니겠지만,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이어 타겟 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차분하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