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트럼프 당선자가 불붙인 가상자산 생태계의 미래
2025-11-27 박창규 교수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며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게 되었다. 게다가 빨강을 상징하는 공화당이 상·하원의 과반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으로 트럼프 정책의 강력한 추진력이 전망된다.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고, 한국의 코스피는 2,500 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나스닥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트럼프의 친 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BTC)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024년 11월 22일 현재 9만 9,000달러를 돌파했다. 가상자산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상승하자 시총 2위 이더리움(ETH)이 9.60%, 시총 4위 솔라나(SOL)는 9.65% 상승하는 등 대부분 가상자산이 랠리하고 있다. 더구나 가상자산에 적대적이었던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계속되는 호재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위원회와 소송 중이었던 리플(XRP)은 현재 27.11%로 급상승 중이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한참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같이 일단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를 2년 유예하자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부터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그 대신 공제 한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과세 시기를 조정하자는 의견이 뉴스에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자산’으로 정의하고, 취득 및 양도에 대해서는 과세하고, 소비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과세 규정을 견고히 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개인 가상자산의 취득 시 소득세를 부과하고 취득과 매각으로 인한 차익에 대해 과세한다.
독일은 가상자산의 거래에 의한 수익이 발생하면 자본이득세를 납부하지만 1년 이내의 단기 거래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상자산의 취득 및 거래이익을 모두 잡소득(miscellaneous income)으로 과세한다. (2024.11.18. 글로벌 가상자산 과세 현황 및 국내 시사점, 홍지연)
한국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여전히 규제당국이 가상자산을 다루고 있고, 입법기관인 국회에는 가상가산 관련 입법을 미루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가상자산위원회(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를 구성하고, 가상자산 시장 및 사업자와 관련한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자문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필자를 비롯한 가상자산 업계는 가상자산법 2차 입법의 첫 단계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는 있지만, 이번 위원회의 구성에서 업계 관계자가 배제되면서, 지난 과거처럼 규제 중심의 논의로 치중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이미 공급자와 수요자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블록체인 같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산업이다.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하반기(645만 명) 대비 133만 명이 증가한 778만 명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143조 원(코인마켓캡 ’23년 말 기준)이고, 국내 시장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43.6조 원이다. 필자에게도 어느 코인을 사야 하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고 쉬지 않고 온다. 그만큼 한국의 일반 국민의 관심은 뜨겁다.
가상자산이 허구라거나 도박이라거나 유용한 기능이 없다거나 하는 논란들은 이미 10여 년이 지나면서 다 종식된 것이다. 더 이상 여기에 맴돌고 있으면 안 된다. 하나의 돌멩이에 불과했던 금(gold)이 쓸모가 있어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 거래를 시작하면 금에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트럼프의 집권 2기를 마주하며 더욱 가속화될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국회 등은 물론 민간 전문가들과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규제 중심이나 표심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있어야 모든 게 의미 있다는 것이다.